12. ‘가고파’의 고향 마산에 노산(鷺山)은 없다

  • 입력 2006.07.05 00:00
  • 기자명 김하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고파’는 누구에게나 그리운 고향을 마치 손바닥에 잡힐 듯 가깝게 떠 올리면서 추억에 흠뻑 젖게 하는 마력을 가진 노래다. 김동진의 곡도 곡이지만 이은상의 시가 모든 이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시 ‘가고파’는 10연(連)으로 되어 있지만 흔히 우리들이 즐겨 부르는 가곡 ‘가고파’는 4연까지다. 그러나 작곡가 김동진은 처음(1932) 가고파 작곡 이후 40년이나 지난 1973년 나머지 부분까지 작곡해내 이제 가고파 노래는 ‘전편’과 ‘후편’으로 구분된다. 전편 못지않은 감동을 주는 가고파의 후편에서도 노산의 어린 시절, 즉 1900년대 초의 마산 앞바다 풍광이 그대로 묻어난다.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 물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 여기 물어보고 저기 알아보나 / 내 몫의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후략)’

노산이 ‘가고파’를 지은 때는 1932년으로,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이화여전의 교수로 재직할 때였다. 문득 고향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옛 추억을 회상했던 것이 불후의 명작 ‘가고파’의 탄생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다음해 학생 김동진이 곡을 붙이면서 가곡으로 재탄생한다. 김동진은 숭실전문재학시 국문학자였던 양주동 선생으로부터 이 시를 배우면서 뭉클한 감회가 솟구쳤다고 한다. 당시 양주동은 친구사이인 이은상의 시를 소개하며 낭독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은상의 본적은 마산시 상남동 102번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102번지는 오래전에 행정구역 개편으로 없어졌고 그 부근에도 일가친척이라고는 살고 있지 않다.

‘창신 60년사’(1969)에 의하면 ‘설립자인 이승규 선생이 서거하자 재산의 관리문제를 아들인 이은상에게 문의했다. 이에 이은상선생은 학교와 사회에 기증한다고 해 일부는 마산의 도로(옛 북마산 파출소 자리에서 굴다리까지)가 트이는데 기증하고 나머지는 모두 학교에다 내놓아 학교재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고 되어 있다.

북마산 파출소가 있었던 자리 앞에 신작로가 트이면서 태양극장 자리에 있었던 그의 생가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상남동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노산의 생가는 몰라도 ‘은생이 새미’는 기억한다. 그 ‘은상샘’은 파출소가 있었던 자리 뒤편 후미진곳에 동그마미 숨어있다. 노산의 탄생을 기념해 부친이 대문앞에다 샘을 하나 더 파곤 ‘은상이 샘’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주로 동네사람들이 물을 길러먹어 더 알려졌던 샘이다.
노산은 전래의 시조를 현대적으로 소화한 새로운 시조시 형식을 개척하며 2천여편의 뛰어난 시와 시조를 남겼다.

‘가고파’ 외에 ‘성불사’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고향생각’ ‘사우’ 등으로 대부분이 고향 마산에 대한 그리움이 주제다.
그러나 고향 마산은 그에게 해주는게 하나도 없다. 생가야 사라졌다하더라도 모교인 창신 캠퍼스에도 그를 기린 흉상이나 기념관 하나 없고 ‘노산’이란 호를 비롯해서 그의 대부분의 작품무대인 노비산 언덕에 있는 마산문학관에 마저 그를 위한 특별한 이름도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

후진들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많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선배를 스타로 키우지 않는 희한한 풍토가 마산이다. 인근 창원에는 이원수선생을 기려 ‘고향의 봄 도서관’이며 기념관이 있고 통영엔 윤이상 선생을 기린 음악관이며 이벤트가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더 하고 있다. 이원수선생기념관엘 가보면 잠시 친일 작품 활동한 사실까지 공개하고 있다.

하물며 윤이상 선생은 간첩혐의로 복역했던 전력까지 있지 않은가.그를 뛰어 넘지도 못하면서도 발목이나 잡고 동렬에 서려는 후진들이 있다면 일말의 비애를 느낀다. 설경 마산이 행정개편으로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할지라도 노산의 명시들은 영원히 살아남아 고향 마산을 노래할 것이다. / 편집위원

사진설명 : 노산의 명시 대부분의 작품무대인 노비산 위에 세워진 마산문학관. 그러나 여기도 노산을 위한 예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