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지방정부 ‘마산’의 희망찾기

  • 입력 2006.07.13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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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집에서 가까운 마산시청 광장에서 열렸던 마산시장 취임식에 나가 보았다. 통상 이런 행사의 경우 주최측과 앞자리에 앉은 내빈들 외에는 잡담을 하는 사람, 자리를 벗어나는 사람, 몸을 비트는 사람, 전화를 받는 사람 등으로 어수선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취임식은 달랐다. 시청광장을 가득 매운 채 시장의 취임사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마산시민의 모습은 어려운 마산의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희망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가를 보
여주고 있는 듯했다.

뒤에 서서 시민들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수년전 지역 시민단체의 간부로 마산시
집행부와 의회와 갈등이 일어나 물리적 충돌까지 한 일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될 일은 아니다. 당시 서로에 대한 편견과 이해부족으로 인해 사사건건 기싸움이 일어났고 그것이 증폭되었고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이 앞서 갔기 때문이다. 대화로 풀 수 있는 것을 무시하고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면 좀 더 슬기롭게 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의 민선 지방자치시대의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의 충돌은 권위주의 정부 시대의 관선정부의 비민주적 행정관행을 극복하지 못한 채 민선정부라는 옷만 갈아 입었던 지방정부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선이므로 비 대안제시는 고민할 필요가 없이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들추고 비판에만 주력하던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차이에서 온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감독과 선수가 만나 갈등을 일으키다 서로의 역할과 입장을 이해하면서 조화를 모색,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아가듯이, 지난 10여년 세월은 싸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한단계 높은 차원의 대안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불과 몇 년전에만 해도 같은 자리에 앉기 어려웠던, 시민단체 활동가와 노동운동가가 마산시의회에 진출해 시장과 간부공무원과 마주앉아 지역의 현안을 놓고 의논하게 되었다. 차제에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집행부와 의회에서는 과거에는 껄끄러운 관계였던 시민단체와 직능단체와 정기적으로 만나서 여론을 수렴, 지방정부에 대한 이유있는 불만을 마산을 걱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에너지로 바꿔내었으면 한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위기에 처할수록 자신을 돌이켜 보고, 주체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정체성이 바로 선뒤 주체적 행동이 가능하다. 정체성은 역사와 현실이라는 날줄과 씨줄에 의해 형성된다.

취임식 며칠후, 시청 문화공보과의 협조를 얻어 역사관에 들어가 보았다. 몇 년전 마산시사 편찬팀이 해체되면서 관리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어 그냥 마산시 관련자료들만 모아 두고 있다고 한다. 마산의 발전전략 수립의 집현전(集賢殿)이 되어야 할 역사자료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행정단위보다 경제·문화활동단위가 더 중요한 세상이다. 마산이 살아나려면 ‘마산’이라는 지역브랜드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서 전국에, 세계에 알려야 한다. 지역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은 지역문화콘텐츠며 지역브랜드홍보전략은 모래로 쌓은 성에 지나지 않는다. 마산의 역사, 문화, 민속관련 문서, 사진, 영상 자료를 정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많은 난제를 안고 출발하는 지방정부 ‘마산’.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역사자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침체한 마산의 돌파구는 마산시민의 자긍심과 자발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흐린 하늘이 개고 한 줄기 햇살이 내리 비치듯, 마산의 희망이 시민들의 가슴에 묻어 나기를 바란다.

남두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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