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대체 교사들이 이래서야

  • 입력 2006.07.19 00:00
  • 기자명 유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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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모든 질서의 근본이요, 신뢰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서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간에 인간관계는 전통사회에서 계승되어온 미덕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혼란을 가져올 정도로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현실을 목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실이 실제로 드러났으니 말문이 막히고 만다.

지난 10일 폭우와 함께 급습해온 태풍으로 인해 시내버스가 남강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한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학생은 진주고등학교 2학년 정영민군으로 한창 꽃다운 나이에 참사를 당했으니 부모 심정이야 오죽 쓰라렸겠는가. 이에 못지않게 교사들도 애통한 심사를 떨치지 못했으리라 믿고 싶다. 장례식을 치르는 그 날만이라도 교내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조의를 표하고 하루쯤 경건한 마음과 숙연한 자세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이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장례식을 치른 지 몇시간이 지나지 않았는 데도 교사들이 엉뚱하게도 학교강당에서 배구시합을 했다는 데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금수도 제새끼가 죽으면 처량하게 울부짖는데 하물며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도 친부모와 다를 바 없는 데도 희희낙락하며 배구시합을 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넋이 나갔거나 실성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천연덕스레 시합할 마음이 생겼겠는가 말이다. 이것은 바로 스승으로서 일말의 양심이나 도덕성이 완전히 결여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신뢰의 기반을 균열시키고 사제간의 벽을 쌓는 결과가 아니고 그 무엇인가 싶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데다 돈독한 정의를 나누기는 커녕 교사로서의 직분을 잃고 감정이나 이해득실에 따라 계산적으로 산다면 교사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다른 그 어느 집단보다도 교원집단이 갖는 사회적 역할은 중차대하다. 그런 점을 안다면 일거수 일투족이 그야말로 만인에게 존경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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