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르’ 파도에 자갈 구르는 소리 봄·봄·봄

울산포구기행-‘화암포구’

  • 입력 2011.03.08 00:00
  • 기자명 황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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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일출의 시간이 지난 후 은빛물결로 또 한 번 장관을 이루고 있는 울산 강동 화암포구. 미역이 한창인 포구의 봄날은 물결마저 잔잔한 평온한 세상이다.

양식 미역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일자로 뻗어 있다. 이곳에는 여성을 대신해 햇볕에 그을린 굵은 팔뚝을 자랑하듯 한 남성이 부지런히 미역을 말리고 있다. 바야흐로 미역 철이 다가오면서 마을은 여느 때와 달리 활력이 넘친다. 포구 선착장에는 일찍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배 10척 남짓이 정박해 있다.

이 마을 김모(71) 할머니는 “배 가진 사람들은 며칠 동안 파도가 너무 심해 배를 띄우지도 못했고, 미역도 파도 때문에 따지 못했다”며 “오늘에서야 파도가 잠잠해져 바다 일을 겨우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화암포구는 신명천과 산하천 사이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마을사람들이 주로 잡는 어종은 가자미와 놀래기, 숭어 등이다. 일선에서 물러난 어부를 대신할 어업인이 부족해 포구마을은 예전만큼 활기차지 못하다.

김씨는 “남편이 나이가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 어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 배를 팔았다”며 “대를 이어 고기잡이를 할 사람이 점점 줄고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고기잡이가 쇠퇴하고 있는 대신 이곳을 대표하는 자랑거리가 수호신처럼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바로 ‘강동주상절리'다.

강동주상절리는 해안을 따라 200m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해안에서 150m 쯤 떨어진 바위섬에도 절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곳 주상절리는 울산시민에게 뿐 아니라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하여 발생한다. 냉각 시 용암의 표면이 수축 중심점들이 생기며, 이런 점들을 잇는 선의 중앙에서는 양쪽으로 직각방향의 틈이 벌어진다. 틈, 즉 절리는 이상적인 경우에 용암을 수직적인 6각형의 기둥으로 무수히 분리하게 된다.

기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을 이루고 있는데, 기둥의 단면이 원, 4각, 5각, 6각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바위의 횡단면이 꽃무늬를 보여주고 있어서 화암(花岩), 즉 꽃바위라고 이름을 붙인 이곳은 많은 시인들이 노래할 만큼 아름답고도 인상 깊다.

금강산 총석정이나 울릉도, 제주도의 수직 주상절리와 다르게 편안하게 누워있어 보기에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마을에는 주민들의 모습보다 외지인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보트를 이용해 갯바위로 가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한 길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유유자적하며 해변을 걷는 사람도 만나고 동요 ‘정자바다’ 노랫말처럼 ‘차르르르’ 파도에 의해 자갈이 뒹구는 소리에서 봄이 느껴진다. 그 소리를쫑긋거리며 듣는 사람들 저마다 표정에 기쁨이 가득하다.

강동해변 대부분의 가로등이 그랬듯 화암포구의 가로등도 고래 문양이다. 마치 고래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형상이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포구는 자연미가 돋보인다. 인근에 국가항인 정자항의 역동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자연 그대로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는 동화 속에 나옴직한 예쁜 건물의 레스토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은 지은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오랜 전통을 지닌 듯 품격이 느껴진다.

이 레스토랑 입구는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횃불을 든 자유여신상을 바라보면서 들어서는 입구에도 비너스상 등 조각상이 보여 감상하는 묘미도 크다.

강동 화암 주상절리를 기점으로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 속 오욕이 어느새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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