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갑칼럼]재집권? ‘아나 콩콩’

  • 입력 2006.07.24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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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방에서 ‘어림도 없다’는 표현으로 ‘아나 콩콩’이란 말을 자주 쓴다. 기대를 했다가 어긋날 때 실망과 한탄, 비꼬는 표현의 자조적(自嘲的)인 말이다. 어원은 알 수 없지만 두루 쓰이는 우리지방 말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아나 콩콩 재집권?’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엊그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한나라당은 한껏 고무돼 있다. 비록 국회의원수는 제2당이지만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역대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하면 거대 야당이란 말이 실감난다. 곧 있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있고 보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집권의 꿈을 이룰 공산이 크다. 그 오만함인가. 한나라당의 추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온 나라가 비 피해로 쑥대밭이 되어 있는데도 지역도당 간부들이 골프나 치고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음주가무를 즐기는가 하면 수해복구는 내팽개치고 휴가를 즐기고 외국여행을 떠나는 정신없는 짓을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시장은 지역 기관장과 시의원들이 참석한 오찬모임에서 “전라도 ×들은 이래서 안된다”며 특정지역을 비하해 논란마저 일고 있다.

사람은 때에 따라 할 말과 갖추어야 할 행동이 따로 있다.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있는 공인은 더욱 그렇다. 잔칫집에서 통곡하고 초상집에서 춤추는 행위는 정신이상자가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집에 초상이 나면 온 동네 사람들이 같이 슬퍼하고 상주를 위로하며 무엇을 도와줄까 고심하는 게 우리의 미덕이다. 그런 동네에서는 잔치도 미루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짓을 보면 초상난 집 마당에서 잔치판을 벌이는 꼴이다.

태풍과 유례없는 장마폭우로 마을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수 십명이 목숨을 잃고 먹을 게 없어 며칠째 굶고 있는 이재민은 헤아릴 수 없다.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본 데다 물난리에 사라진 이웃 사람의 시신이라도 찾을 요량으로 무너진 집더미를 헤치고 있는 마당에 음주가무가 무엇이며 골프는 또 웬 ‘왜놈 똥’ 같은 말인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많으면 반드시 말썽부리는 놈이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단체장이 많아서 그렇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 일을 하는 데에는 그런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 비록 한 지역이긴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지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민들에 의해 뽑힌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추태를 보여 달라고 표를 찍어 준 것은 아니다.

새로 당선된 한나라당 대표가 “연내에 부정적인 당 이미지를 확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하는 꼴을 보면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전당대회 후유증의 여진(餘震)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유력정치인이 홧김에 잠적을 했다가 여론에 밀려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승복하지 않는 눈치다. 언론이 ‘대표 대우’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YS와 경선에서 밀려난 이종찬씨가 승복을 하지 않았고 DJ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이인제씨의 불복에 기인했는 데도 아직도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불복문화’가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으니 내년 대선에서의 재집권이 불안한 게 지금의 한나라당이다. 중앙정치는 내홍에 시달리고 지방정치는 단체장과 당직자들의 오만한 행동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데 재집권이라니 정말 ‘아나 콩콩’이다. 한나라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신들이 좋아서 국민들이 표를 몰아 준 게 아니다. 집권당이 워낙 잘 못하다 보니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하는 정당을 끝까지 밀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정당정치의 목적은 집권이다. 그것을 포기한다면 정당의 존재가치가 없다. 마지막 부탁이다. 재집권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제발 까불지 마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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