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인이면 다냐?

  • 입력 2006.07.26 00:00
  • 기자명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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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에서 베네수엘라 여성들의 삶을 그린 다큐를 봤다. 경제가 어려워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봤을 땐 내가 한국여자임에 행복감을 느꼈다. 그런데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프로그램을 끝까지 보고나서 느낀 소감은 보기 전의 것과는 달랐다.

베네수엘라는 인구의 90%가 빈민층이란다. 곳곳에 작은 판자촌이 마치 그림과 같이 층층이 쌓여 있다. 그렇다. 집을 지은 게 아니라 쌓여 있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16살 된 한 여자아이가 모델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장면이 나왔다. 가족들은 파티를 열었다. 파티래야 슬라이스햄에 빵조각이 다인 샌드위치 한 조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가족들은 그녀가 오디션에 붙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베네수엘라의 모든 여성은 미인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을 꿈꾼다. 그것이 명예와 부를 앞당기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스 베네수엘라에 뽑힌 한 미녀가 TV 퀴즈쇼를 진행했다. 방송국 안의 사람들은 그녀는 일도 잘하고 능력도 있는 여성이라고 칭찬했다. 비록 짧은 몇 분의 장면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만약 ‘미스 베네수엘라’라는 수식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고, 아무도 내 능력을 인정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는 말을 했다.

과연 그 나라는 그랬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처럼 모든 시선과 이목이 집중되어 성공을 보장하는 길은 아니지만,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아나운서, 탤런트, 가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속된 말로 하자면 그들은 괜찮은 남자 만나서 결혼도 잘한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스포츠 선수와 미스코리아들이 결혼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재벌 2세와 결혼한다든가.

물론 그녀들이 시쳇말로 지성과 미모를 동시에 갖춘 여성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 생각은 그러하다. 그래 미인이면 다냐?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이런 내레이션이 깔렸다.

“미인은 기회와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최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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