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70대 노부모의 한탄

  • 입력 2011.07.06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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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고령화 사희로 가고 있다. 고령자가 집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그집에서 살면서 노후생활 자금을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으로 지급받는 금융상품인 주택연금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7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는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됫바라지에 청춘을 투자하고 훗날 자녀들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그 대가를 받아왔다.

주택연금은 이런 관습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책임지는 사회에서 각자 스스로 책임지는 사희로 옮겨가고 있다. 요즘 70대 노부모들은 모이면 흔히 하는말이 우리처럼 시대를 잘못 만난 세대가 없을 거라는 한탄이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속 불안전한 평화이긴 하지만 반세기 이상 전쟁없는 세상을 살다보니 소년시절부터 청년이 되기까지 한참 좋은 나이를 중·일 전쟁, 세계2차대전, 6·25전쟁 등 쉴사이 없이 겪은 공포와 궁핍이 노부모 세대 만의 불공평한 불운처럼 느껴져서 억울한 것이다.

70대 노부모들의 한탄 속에는 일말의 자긍심 또한 내포돼 있는 것도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여름에는 말라빠진 보리밥을 찬물에 씻어 먹고 겨울이면 구들장 밑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가스를 마셔가며 윗목에서는 걸레가 어는 추위를 견뎌 2만달러시대의 풍요를 일궈냈다. 노부모 세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뎌낸 내핍과 노동과 지칠줄 모르는 교육열 득이라고 은근히 뽐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70대 노부모들은 할 말이 많다. 자식이 어릴때는 ‘그저 공부만 잘해라 그게 효도다’하고, 기르다가 직장을 구하고 나면 ‘그저 너 하나만 잘되면 그게 효도다’하다가, 결혼을 시켜 놓고는 ‘너희만 잘 살아라 부모 신세 안지는 것도 효도다’하면서 평생을 자식들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남몰래 애를 쓴다. 그렇게 키워놓고 보니 도무지 받을줄 만 알지 주는 것을 모르는 자식들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 벌로 자식 한테 옷 한 벌 (수의) 못 얻어 입고 떠날 채비를 해야하는가. 또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주변의 70대 노부모들의 모습이 처량하고 쓸쓸하다. 우울하면서도 우울하지 않는 척,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는 척 해야하는 이땅의 부모들이 나라 경제가 살아나 주위의 지나친 부담을 벗어버리고 신나게 여생을 보내는 날이 언제쯤 올까. 자식에게 의지하기보다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면서 집안 가족들의 일에 매달리지 않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 삶은 나 만의 것’이라고 자아를 추구하는 노부모들의 출현은 지극히 긍정적인 의미에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조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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