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문배달은 보약보다 특효약이다’

  • 입력 2011.08.08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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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배달, 보약보다 특효약이다.’

나는 하루에 꼭 정해진 코스로 산책을 즐긴다. 여항산 등산로 3㎞ 산책이다. 또 현직 주재기자로 재직하면서 신문배달도 내가 직접한다. 처음에는 그냥 운동 삼아 보행이 좋아 산책도 할겸 배달을 시작, 살도 좀 빼고 건강도 좀 살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은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이며 보약보다 특효약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내나이 70이 지났지만 건강은 60대에 뒤지지 않는다. 남들이 말하기를 신문배달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신문 700여부를 혼자 걸어서 배달한다.

신문배달을 하기 위해 병원에 들어서면 나를 본 의사들은 “새벽 맑은 공기와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거리의 걷기운동은 보약보다 좋으며 성인병 예방에 특효”라고 말한다. 80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 무병하게 신문을 배달하고 있는 것은 아마 이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병원문을 나온 나는 길을 걸어며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게 가장 큰 슬품은 아마 걸을수 없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나이가 더 많아지고 병들어 걸을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산책을 한다해도 손에 잡힐것만 같은 저 풍경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봐야만 한다면 그것은 서글픈 일임이 틀림없다. 길 위에서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걸으며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나무나 새, 풀벌레 그리고 하늘과 별과 바람이 모두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식구처럼 나의 일상이 되고 나의 마음에 식구처럼 자리잡고 있다. 걷는다는 것은 단지 다리로 하는공간 이동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 자신을 성찰하고 됨됨이를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슴 속이 더부룩한 정도로 끼어있던 갖가지 걱정들 혹은 자포자기와 불길함, 두려움 등 삶을 짓누르고 있는 중력으로부터 한발 한발 멀어지는 징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나온 내 삶의 자취를 돌이켜 보니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다. 주어진 남은 세월을 알차고 참되게 살고싶다. 이웃에 필요한 존재로 채워져야 되겠다고 다짐 해본다. 철따라 꽃은 피고 진다. 나무가 옷을 벗는 계절이 되면 길 양 옆에서 하늘을 뒤덮을 듯이 무성한 나무들이 작은 바람에 우수수 잎을 떨어 뜨리고 있다. 흙에서 난 것들이 그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건 아무도 못 말린다. 저 지는 잎들이 어찌 섭리 만으로 저리도 황홀하고 표표하게 몸을 날릴수 있겠는가. 걸으면서 풍경은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 된다. 빠른 속도로 지나치면 풍경은 사라지는 대상이 되지만 느린걸음으로 걸어가면 풍경은 마치 꽃송이처럼 가슴에 내려와 새롭게 피어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길가에 이름없이 자란 풀 한포기라도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이제 걷는 것이 즐거움이다. 걸으면 기분이 맑아지고 마음이 경건해 지기도 한다. 걸음은 삶의 오만을 버리는 간절한 기도 이기도 하다. 내게 소원이 있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신문배달하며 걷는 것이다.

조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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