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처무자기

  • 입력 2011.09.06 00:00
  • 기자명 이민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어(論語)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족식(足食)’,‘족병(足兵)’,‘민신(民信)을 들고 있다. 족식은 경제력이고, 족병은 국방력이고, 민신은 사회적 신뢰다. 공자는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을 민신(民信)이라고 강조하였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신뢰는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한가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 신뢰의 시작이다. ‘홀로 있을 때라도 나를 속이지 마라’라는 말은 조선의 선비들이 그토록 중요시 여겼던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의 철학이다. 조선 중종 때 문신이었던 정곡(靜谷) 임권(任權)선생은 홀로 있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독처무자기의 철학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기에 나에게 정직한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학(大學)과 중용(中庸)도 ‘나를 속이지 않는 철학’을 신독(愼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홀로(獨) 있을 때를 삼가야(愼) 한다’는 의미다. 조선의 선비들이 어느 산 속 깊은 곳,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거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지키며 정직하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갔던 것은 바로 신독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도 유배생활이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무자기와 신독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이다.

군자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소인들은 남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온갖 불법을 저지른다. 남이 보고 감시하면 자신의 불법을 감추려고 애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진실은 속일 수 없다. 평소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 가는 저절로 드러나게 돼 있다. 내 마음 속이 진실 되면 밖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군자의 삶은 남이 안보는 곳에서 더 엄밀하고 삼간다.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자신을 속이지 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있다. 열 사람의 눈이 너를 지켜보고, 열 사람의 손이 너를 가리키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이냐!”고 말했다. 눈을 가리고 자신의 불선함을 숨기더라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보고 있다. 오로지 자신만 모를 뿐이다. 남이 안보는 가운데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소인(小人)들이 가득한 조직은 자금이 넘쳐나고 구조가 잘 짜여 있어도 지속 가능한 생존을 얻을 수 없다.

요즘 산청군을 바라보노라면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가 생각난다.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마다 자칫 민원인들이 모를 수 있는 것들을 상호간 알 수 있도록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혼자만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행정만이 지금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차후에는 좀 더 밝아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민원에게 휘둘려서는 안 되겠지만 골치 아픈 민원들은 보듬고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공복(公僕)이라 하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실패 했을 때 이유를 찾고 어리석은 자는 변명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나 자신을 속이지 마라(無自欺).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야 한다(愼獨). 신뢰가 없으면 존립이 불가능 하다(無信不立)!’의 정신은 상호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몇 번이고 다짐해야 할 도덕적 신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나 자신부터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