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전이하(瓜田李下)

  • 입력 2011.11.15 00:00
  • 기자명 이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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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가운데 영어로 호스 위스퍼러(the Horse Whisperer), 즉 ‘말에게 속삭이는 사람’이라 불리는 조마사가 있다. 이들은 말 사육장에 고용되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말들, 특히 경주마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부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갖지 못하게 하면 종종 심리 발달에 이상이 생긴다. 말에게 무엇보다 성가시게 하는 것은 곁눈 가리개이다. 말이 옆쪽을 보지 못하도록 눈가에 붙이는 가죽 조각이다. 똑똑한 말일수록 자기 나름대로 외부 세계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속박을 잘 견디지 못한다. 호스 위스퍼러는 말에게 귓속말을 하면서 그저 말을 착취하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 말은 인간과 소통하는 그 새로운 방식을 좋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제 눈으로 외부세계를 온전히 발견 할 수 없도록 방해한 인간을 그런대로 눈감아 줄 수 있게 된다.

산청군은 요즘 발생되는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자성의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시간에 지역민들과의 소통의 노력은 부족 했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이 포장되어 크게 일파만파가 되어 가는 것을 보니, 이해하려보다는 그 일에 대해 당연시 하는 주민들의 모습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그들의 행위에 대해서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대해, 상황에 대해 명확히 알려는 노력보다는 여론 몰이로 마녀사냥식의 처결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일정부분은 애써 모른 체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진정 군민의 행복과 삶의 질의 향상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그저 지난일은 잊고 더 최선을 다하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에 사로잡혀 의기소침 한다면 그 실수를 관용으로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게만 할뿐이다. 산청군도 호스 위스퍼러의 역할을 더 충실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들을 하는지 더욱 귀 기울려야 할 것이다.

과전이하(瓜田李下)라고 했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瓜田不納履), 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李下不整冠)의 약자로 의심나는 일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다. 관(官)은 무슨 일을 하든지 지역민들의 오해를 살만한 것들은 삼가고, 민(民)은 무조건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와 용서로 바라보자. 그것을 통하여 더욱 아름다운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은 진정한 애정이 깃든 질타는 받아들여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 상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서로를 더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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