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처작주

  • 입력 2011.12.05 00:00
  • 기자명 이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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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은 중국 당나라의 선승인 임제의 언행을 담은 임제록(臨濟錄)에 나오는 말로 ‘어디 어느 곳에 있던지 내가 주인이고, 그 서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라는 말이다. 타계한 법정스님의 저서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는 이런 내용의 글귀가 있다. ‘어디서나 주인 노릇을 하라는 것이다. 소도구로서, 부속품으로서 처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디서든지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진리의 세계라는 뜻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고 그 공간에 살아 있기 때문에 내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곳이 극락이고 천당이다. 어디서든 당당하게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질문이 ‘내 삶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나는 내 삶을 제대로 영위하고 있는가?’ 일 것이다. 나의 경우, 매일 같이 이 질문을 던진다.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가?’ 하지만 내면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아니요’이다. 너무 완벽한 삶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도 자기 성찰이 부족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도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노력하며 살 뿐…

이렇듯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공복(公僕)이라 함은 의무이기보다는 책임이 더 앞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인의식이라는 것은 내 것이라는 욕심을 버릴 때 발휘되는 것이 진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시 아이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때를 쓰고 투정만 한다. 그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다독거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통이다. 산청군은 지역민들을 대할 때 부모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처럼 행동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소통해야한다. 최근의 여러 가지 논란들에 공복은 그 논란에 중심되어서는 안 된다. 잘 모르는 주민들은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만 가지고 판단해버리기 때문에 철저하게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해야한다.

어떠한 일이든 과도기에는 예상치 못하는 수많은 일과 상황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기에는 아픈 일들도 같이 발생한다. 분명한 것은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면 그 위기로 인해 주저앉아 낙오 되겠지만 인내를 가지고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분명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숙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산청군은 지금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앞두고 한 단계 성장하려 몸부림치는 과도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시 긴장하여 논란의 중심을 피하고, 여론의 중심에 서서 지역민들을 보살피고 이끌어야 할 것이다.

수처작주(隨處作主)라 했다. 어디를 가든지, 어느 곳에 있던지 내가 주인이다.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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