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피 잃은 산청군의회

  • 입력 2011.12.19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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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11시 산청군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산청군의회 제2차 정례회 2차 본회의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1시 정각 회의장에는 의원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몇몇 군청 실·과장들만 삼삼오오 의원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 회의가 열려야 하는 그 시각 그 장소에는 고요한 적막만 흐를 뿐 아무도 없었다.

같은 시각 의장실에서는 고성이 흘러 나왔다. 부군수를 비롯한 일부 과장들이 의원들의 고성과 비난을 몸으로 부딪치고 있었다. 이유는 지난 13일 저녁 모 방송의 뉴스 보도내용이 발단이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희대의 국새사기사건 이후 방치된 등황전, 전각전 등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룬 내용이었다. 예정된 회의시간이 훨씬 지난 11시 35분에 정례회 본회의는 개최됐다. 회의는 조례개정 및 제정 등 일사천리로 가결 되었고 2012년도 산청군 세입·세출 예산안 부분에서는 모 의원의 이의 제기로, 논란이 되고 있던 부분의 예산 21억원 중 군비 부담 7억3500만원을 전체 의원들의 동의로 삭감되었다.

기자는 방청석에서 앉아 군 의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예산의 삭감이 그에 대한 대안제시와 명분보다는 반목과 감정대립으로 의결기관의 이기주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검토 되었을 것이다. 또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심사결과 보고를 통해 의문사항들을 전의원이 심도 있는 시책질의와 충분한 토론과정을 통해 결정 했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문제 삼아 군비를 전액 삭감하는 처사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물론 의회에서는 관계부서의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 하나 의원들의 사전 심의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수정하는 것이 본분이기에 이번 일은 의원들 스스로가 본인들의 자질부족을 지적하는, 다시 말해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겪이 되어 버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의회의 처사는 경솔했다는 반응이다. 수억원의 예산을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삭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로 돌아 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본회의 때의 모습은 주민대표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군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하여 바로잡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인 상호간의 대립은 당면한 군의 산적한 사업들에 대해 피해만 초래할 뿐이다.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것은 옳지만 명분 없는 처사는 삼가야 할 것이다. 비록 예결위는 통과했다 하나 본회의에서 해당부분의 예산을 삭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그리고 삭감 명분 없이 진행한다면 이후로도 주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 든다.

팽두이숙(烹頭耳熟)이라 했다.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익는다’는 뜻으로 어떤 중요한 어떤 일을 완성하면 그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한다. 이번에 일어났던 일련에 상황들을 보면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 본다.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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