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가장 아름다운 공약(公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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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다툼 같은 지방선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금년 총선은 글자 그대로 정보통신이란 첨단매체가 얼마나 필요악(?)의 공해인지를 깨닫게 해준 지겨운 하루하루였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시도 때도 없이 후보들마다 보내오는 하루 수십여 개의 선거고지라는 문자메시지와 진부(眞否)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상쩍은 여론조사를 빙자한 전화공해 때문에 금년 선거 때도 아예 집전화 코드를 빼놓거나 손전화의 전원을 아예 꺼버리고 살다시피 했다.

그래도 이런 일들은 선거만 지나면 조용해 질 테니 별 문제가 있을 턱은 없고 주변 이웃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개표가 끝난 그 다음 시각부터다. 좁은 지방일수록 후보자들과 이런저런 인과관계를 맺고 살았던 사람들은 출마하는 정치후보자들 모두가 일가친척이나 이웃사촌이나 다름없고 자신들에게 표를 줄 것을 부탁하고 지지하는 문자와 전화가 북새를 이뤘을 것이다.

헌데 이것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그렇지가 못하다.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승자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패자들의 눈빛에서 깨끗한 승복이 아니라 적의를 느낀다면 진짜 전쟁보다 몇 곱절 더 한 후유증을 낳게될 것이다. 선거라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명예를 쟁취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출마자나 마찬가질 게다. 허나 선거에서 다선을 기록한 후보자들을 보면 평소 지역구 관리나 주변과의 인과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정당공천제와 지역색 때문에 어부지리로 당선증을 꿰찬 함량미달의 중앙과 지방의 선량들도 더러 있겠지만 그래도 정치인으로 나서서 중앙이나 지역의 지도자가 될 포부를 지녔다면 평소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는 정직성이 가장 중요한 승리의 바로미터라고 생각된다.

기초나 광역·중앙의 선량들도 4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다가 선거 때만 찾아오거나 안부전화랍시고 걸어와 표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국민여론은 한국정치의 저급한 품질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풍속도다. 선거역시 승패를 가름하는 만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전쟁은 당락이 결정되면 승자와 패자 공히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하는데도 무슨 게릴라전(?)처럼 고소 고발이나 기자회견을 남발하며 해당 지역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

또한 특정후보들의 도우미로 앞장서 돌격대처럼 상대후보를 무차별 저격했던 급조된 시민운동단체들에게 묻노니 그대들의 정체성은 공명선거를 토착시키고자하는 순수한 NGO의 순기능을 고수했는지, 이성을 잃고 특정정치인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NGO의 역기능에만 급급했는지도 이 시점에서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논어 선진편(論語先進編)에 수록된 과유불급(過猶不及)이란 말씀이 떠올라서 말이다.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졸렬함도 지탄의 대상이지만, 위정(爲政)의 본질이 공복(公僕)이라면 낙선 그 자체가 뭐가 그리 분하고 원통한지 되묻고 싶다. 당락에 상관없이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야말로 지역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목이 쉬도록 골목과 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모든 후보자들의 가장 아름다운 공약(公約)이 아닐까?

피아간으로 갈라져 출마자들을 지지했던 개인과 조직들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제발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라. 고물가와 고유가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민초들이나 오순도순 이웃사촌으로 살아왔던 주민들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반목과 대립이란 추악한 올가미를 덧씌우지 말고.

/ 상임논설위원 김소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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