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이부동(和而不同)

  • 입력 2012.04.17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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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과거를 얘기할 때 그리움보다는 아쉬움을 얘기한다.‘그 땐 그랬지…,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든지 ‘그 땐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그리고 사람들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잘하려 했지만 이해관계에 결부되어 서로간의 마음 상하기도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한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조화를 이루되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어 자로편(子路篇)에는 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小人同而不和(소인동이불화)라고 말하고 있다.‘벗과 사귐에 있어 군자는 화합할 지언정 아첨하지 않고 소인배는 아첨은 하지만 화합할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생각이 있고 개성이 있다. 굳이 그것을 서로에 기준에 맞추려고 하다보면 불화가 일고 감정에 골이 깊어지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공자는 군자를 화이부동(和而不同) 하는 사람, 소인을 동이불화(同而不和)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의 화(和)는 남의 의견을 잘 조화하는 것이고, 동(同)은 맹목적으로 남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니 공자는 조화를 제대로 실현하는 사람은 군자로 보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인으로 보았다.

산청군은 오는 6월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가 결정이 된다. 그리고 내년에는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 그래서 산청군의 행정은 온통 케이블카와 엑스포에 초점이 맞춰 있다. 하지만 그 것들로 인해 주민들이 자칫 소외감을 느껴 행정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일들에 주민들과의 마찰이 있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9일에는 차황 3개 마을 주민들과 손항·율현 둑 높히기 사업에 대한 도지사와 반대 주민들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주민들의 극에 달한 분노로 인해 간담회는 파행으로 치닫고 말았다. 국책사업이지만 주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탓이었다. 그날은 지역이기주의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었다.

일방이 아니라 상호간에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논쟁은 하되 서로의 가슴에 상처로 남는 말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 어두운 터널이 끝난 뒤 햇살이 더욱 환하듯이 앞으로 밝은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섭섭했던 부분은 잊어버리고, 망각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최고에 선물 중에 하나라는 말이 있듯이 상호간에 좋은 부분만 보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행정은 주민들의 생각과 하고자 하는 일들을 두루 살피고, 주민들은 행정에서 하는 일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우선 믿고 지지를 보내고 결과에 대한 잘잘못은 그 일이 끝나고 난 다음에 격려하는 마음과 노고에 대한 위로의 마음으로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특히 행정은 화이부동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상호간에 적절한 견제와 화합으로 큰 뜻으로 주어진 일들에 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저 무관심하기보다는 각자가 하는 일에는 믿음으로 바라보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당면한 일이 처리 되고 난 뒤의 일들을 계획하고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아쉬움으로 남기기보다는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사랑이라 생각이 든다.

산청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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