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김두관 도지사에게 한마디 검려지기(黔驢之技)라는 희롱은 받지 말아야

  • 입력 2012.05.21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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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방관이 아니라 통제된 질서를 말하며 그 질서 속에서 국민의 삶이 균등하게 수평으로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자유와 방종이 다르듯 국민여론을 받드는 것과 무시하는 것도 다르다. MB 정권은 힘 있는 재벌들을 더 축재할 수 있도록 한 도우미에 불과했으며 4년 동안의 정책성 공과에 점수를 매기자면 소외계층과 중산층을 위한 배려에는 지나치게 인색 했다는 데 동의한다.

단 한 명의 특정 재벌총수를 사면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열어 국법의 지엄한 공평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도, 대홍수가 나면 4대강의 모든 보들이 무너져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부실이 예견됐던 저축은행 같은 사 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기해 서민들을 두 번 죽인 것도 국가공권력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재벌들의 문어발 식 SSM 확장은 이미 금기를 넘어 영세 상권과 재래시장마저 목 졸라 고사시키고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마저 대경대법을 저울추처럼 공평하게 준수한다는 절대원칙을 벗어나 좌판에서 농수산물 거래하듯 들쑥날쑥한 판결로 국민의 불신을 낳고 있다.

결국 이 정권은 골리앗만 배양하고 다윗은 철저하게 죽이는 골리앗배양소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최고의 준재라는 변호사들이 6급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몇 명 뽑는 9급 직 지방공무원시험에도 천여 명의 젊은 청년들이 몰려드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사회의 단면을 여실하게 반증하는 증좌다. 더군다나 근로자와 약자의 보루를 자청했던 진보정당마저 작금 들어 벌이는 사생결단 식의이전투구는 눈뜨고는 차마 못 볼 짓이다. 이렇듯 사회의 저변에서 축대 무너지듯 허물어지고 있는 정체성은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느 시대건 그 시대를 종말로 이끈 것은 정치세력화한 성직자들과 학자들의 본질을 벗어난 감정적 갑론을박, 그리고 잡상인과 다를 바 없는 거짓투성이의 위정자들과 형평성을 상실한 공권력 때문이었다. 검소질박하게 살아가야 할 성직자나 수행자들이 서민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며 외제차에 호화골프채를 휘두르는 현실, 교육자의 사금고에 채워진 수 십억원의 돈다발, 청와대가 아니라 전와대(錢瓦臺)라는 왕의 시종들과 종친들의 범죄행위, 또한 지역비리의 인공부화장(?)이나 다를 바 없는 정당공천제는 언제쯤 폐기 되려나.

이런 와중에서 차세대의 정치지도자로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권도전에 뛰어들 모양이다. 김 지사는 이장에서 시작해 민선군수와 행자부장관을 거쳐 당시 한나라당 깃발이면 당선이라는 지역 색을 깨부수고 도백에 입성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선거당시 그에 대한 도민들의 여망은 허균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홍길동이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지사 직을 팽개치고 대권도전에 나선다는 소식에 도내의 식자들과 그를 지지했던 시민단체들마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기대치와 달리 그의 2년 도정은 뚜렷한 성과도 없이 실패한 도정으로 도민의 실망을 자아냈고 끝까지 도민의 곁을 지키겠다는 초심을 번복하고 대선타령에만 여념이 없는 거취는 2층도 제대로 쌓지 못하고 3층을 짓는 아둔한 목수처럼 보인다.
경남의 사활이 걸린 신공항이나 신항만 문제 하나도 해결 못한 채 저 높은 곳을 향한 그의 행보는 작가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처럼 망상적인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무모한 도전과 다를 게 없다는 게 김 지사를 지켜보는 주변의 공통된 시각이며 도민들은 도백에 취임할 당시 맹세했던 취임선서문의 먹물이 마른 다음에나 그가 떠나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도백(政治道伯)이 아닌 민생을 챙기는 목민도백(牧民道伯)으로 돌아오라는 ‘이학렬 고성군수’의 김 지사를 향한 곡진한 호소와 쓴 소리에는 설득력 있다. 이 군수는 물적 인적 자원이 열악한 인구 5만 남짓한 고성군에 공룡테마파크왕국을 건설해 디즈니월드와 맞먹는 국제적 관광도시로 도약시킨 성공한 기초단체장이다.

위정자들이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내뱉은 거짓 약속과 섣부른 과욕은 본인과 국가를 나락으로 빠뜨렸다. 그래야만 검려지기(黔驢之技:당나귀의 뒷발질처럼 보잘 것 없는 기량)에 불과하다는 정적(政敵)들의 김 지사를 향한 희롱이 불식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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