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리산면’은 타 지자체 무시한 처사

  • 입력 2012.05.24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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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울릉군 남면도동 1번지~’ 예전 한 가수가 불렀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독도는 우리 땅임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웃 섬나라 일본이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역사적으로나 지리학적으로나 분명 우리 땅이다.

우리나라 동네마다 불려지는 이름은 예로부터 저마다의 의미와 사연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 지역 출신들은 동네 이름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뿌리에 대한 애착이 다른 날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살지를 못한다. 아니 처음부터 나무가 자라나질 못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민정서상 옳지 못한 일에는 분개한다. 혹자들은 냄비근성이라고도 하지만 기자는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일부에는 옳지 못한 일들에도 의견이 모아지기도 한다. 그것은 이해관계 즉 욕심 때문이다. 전체의 것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욕심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내 소유의 토지에 있더라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고 국가의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것인 것이다. 내 땅에 있는 문화재를 내 것이라고 여기고 마음대로 했다가는 법적인 책임 뿐만 아니라 윤리적·도덕적으로도 사회적인 지탄을 면치 못한다.

흔히들 우리는 지리산을 지칭 할 때 민족의 영산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어느 누구에 것도 아닌 우리 민족의 것이다. 또 지리산은 그 범위가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3개도와 산청군· 함양군· 하동군· 구례군· 남원시 등의 5개 시·군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하지만 지금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두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산청과 인접한 한 자치단체의 군 의회 모 의원이 출신 소재지의 명칭을 지리산면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지난 3월에 열린 임시회 4분 발언을 통해 명칭변경 제안을 하여 추진되고 있다. 이유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명칭의 선점을 위해서라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지리산 권역의 자치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어떤 자치단체는 명칭변경을 추진하는 해당군의 명칭을 관내 지리산을 인접한 면의 이름으로 바꾸자는 말들도 하고 있다. 분노에 찬 모습으로…

지리산 정상 천왕봉 표시석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에서 발원 되다’ 최초 표시석의 문구는 ‘한국인’이 아닌 ‘경남인’이었다고 한다. 이 문구는 국민적 반대 정서가 심하고, 지리산을 찾은 산악인들이 벌떼처럼 이의를 제기 해서‘한국인’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렇듯 지리산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우리 국민의 것이다. 이해관계 때문에 민족의 정기를 유린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08년 지리산권 3개도 7개 시· 군이 모여 지리산과 인접한 자치단체의 상생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광역관광벨트를 조성, 공동으로 지리산권 관광개발 조합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조합의 주목적은 ‘지리산과 연계한 상생과 화합’이었다. 하지만 그 상생과 화합은 한 자치단체의‘꼼수’로 와해 위기에 봉착해 버렸다. 이제라도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자치단체는 상생과 화합의 길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지리산은 태고적부터 말이 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세월의 흐름 동안 임진왜란, 6· 25전쟁 등 수많은 사건들을 묵묵히 지켜 봐 왔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에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들에 아마도 지리산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져야 한다. 그저 늘 그랬던 것처럼 한국인의 정기가 기쁜 마음으로 시작되게 하자.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오늘도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욕심을 버려라…”

산청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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