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종북(從北)보다 더 무지한 국민정서

승인2012.06.11l수정201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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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護國)이란 글자 그대로 조국을 적으로부터 지켜낸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국영령들이 잠들어계시는 현충원은 정치인들이 무슨 날에만 국민정서를 의식해 떼로 몰려가 스킨십을 하는 겉치레의 의전정소가 아니라 한 국가의 정체성과 얼을 존치된 성역이다. 근대역사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여기는 6·25 전쟁이 아니더라도 역사 속에 외침(外侵)으로 인한 피에 절은 얼룩은 산하(山河)곳곳에 산재해 있다.

오천년 역사 속에 가장 잔인무도했던 천적은 북방민족이 아니라 일본이었음에도 우리는 일본을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고작 일본정부나 우익단체들이 독도를 죽도(竹島:다케시마)라고 할 때만 흥분하다가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금세 일본을 잊고 마는 민족이다. 조선이 화이사상(華夷思想)을 숭배하며 중국의 속국을 자처하고 그들의 문물만 답습하며 사색당파로 편싸움만하고 있을 때 일본은 화승총을 구입했고 그 총구는 조선을 향했다.

민중놀이 집단인 남사당패에 등장하는 영노(營奴:탈쇠)는 물 건너 온 일본 귀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 귀신이 신라 문무대왕의 유체를 경주 감포의 바다 가운데 있는 대왕암에 수장시키게 하고 임진·정유년에는 의주를 제외한 전 국토를 유린했고 조선조 마지막 대미를 을사늑약으로 장식해 36년 동안 국권은 철저하게 짓밟혔다.

국가는 학문이나 도덕만으로 지켜지는 게 아닌데도 일본을 얕잡아 보는 우월의식은 중국 성인들의 가르침을 엮은 유교(儒敎)에 바탕을 둔 것이고 국가의 상층부를 차지한 지배계급 또한 성리학을 모태로 삼은 과거시험에 의해 배출된 지식인들이었던 만큼 그 자부심이 중국을 제외한 변방은 모두 ‘오랑캐나 되놈’이었으며 일본은 ‘쪽발이나 왜구’로 격하시키는 데 대리만족을 느꼈음직도 하다.

그렇듯 북한이 우리를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라고 떠들고 우리가 북한을 빗대어 ‘빨갱이’라고 하는 것은 냉전시대 강대국들의 대리전(代理戰)이나 다름없는 이념전쟁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동족 간 멱살잡이에 불과한 것이다. 어쨌거나 남한과 북한은 분단된 뒤부터 하나의 국가로 자리 잡았고 국제사회를 아우르는 UN에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으로 명패가 놓여있다.

그런데 국가와 국민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정당과 정치인들이나 시민단체들 중 북한을 이상주의 국가로 찬양하고 3대 세습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종북주의(從北主義) 발언은 대한민국도 자유당종신정권과 유신독재정권이 계속 유지됐어야 된다는 논리적 비약으로 함께 연결돼야 하는데도 박정희나 전두환 그리고 현 이명박 정권을 군사독재정권의 세습이라고만 비난하니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연좌제는 악법이라며 앞장서 폐기를 주장하던 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를 독재자의 자식이라고 연일 공격하면서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배후조정 했던 ‘지구상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자의 손자이자 아들인 김정은’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지 그 얘기도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호(國號)가 참 거창하기도 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지상천국에 아사자는 그토록 많고 지상낙원을 탈출하고자 하는 인민들은 왜 그리도 넘쳐나는지 그 부문에 대한 사연도 속 시원하게 들려주었으면 좋을 터인데 말이다.

북한은 그들의 정책이나 사회상을 비판하거나 보도하는 남한 내의 언론사나 방송국을 오차범위를 넘지 않는 포격으로 박살내겠다고 하는 판국이라 필자 역시 내가 몸담고 있는 경남연합일보사 사옥이 초토화 되고 기자들을 비롯한 편집국 종사자들 중 다수의 사상자들이 생겨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어 감히 북쪽정권을 막 대놓고 폄훼하지는 못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국기일(國忌日)에 국기는 내걸고 잠시 묵념은 올리는 게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수많은 호국영령과 애국지사들에게 진 빚과 은혜를 갚는 게 아니겠나?

현충일에 필자가 사는 지역에 게양된 국기 역시 가뭄에 콩 나듯 했다. 호국영령들은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기는 고통을 감내하며 조국을 지켜냈는데 우린 그분들을 위한 애도의 묵념은커녕 애국가 한 구절도 부르길 거부하고 국기조차 내걸지 않는 것은 소수에 불과한 인간들의 종북(從北)발언보다 더 무지하고 창피스러운 국민들의 비애국적 정서가 아닐까 하는 괴리감 때문에 분노를 삭이지 못한 길고 긴 하루였다.

/ 상임논설위원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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