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신의 형제·자녀라면 어떻겠는가?

  • 입력 2006.08.11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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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피어나야 할 나이의 꽃다운 젊음이 죽음의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10일 땅속 깊이 묻혔다.

지난 7일 경남지방경찰청 기동3중대 소속의 한 의경이 축구경기 후 쓰러져 숨을 거뒀다.

다음날 기자는 그의 빈소를 방문했다. 숨진 의경의 아버지는 검은 양복을 말쑥이 빼입은 한 남자와 대화 중이었다.

모 경찰서 모 부서 과장이라고 밝힌 양복의 남자는 아직 부검도 하기 전에 숨진 의경의 아버지에게 서둘러 장례를 종용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고개 숙인 눈가에는 자식 잃은 슬픔으로 굵은 눈물 자국이 채 지워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 과장의 아들이 나라의 부름을 받들어 복무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면 누군가 그를 찾아와서 장례를 빨리 치르라고 종용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었을까? 과연 그가 당시 의경의 아버지처럼 가만히 듣고만 있었겠는가?

기자라면 그런 말을 쉽게 던지는 사람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경찰이 말한 사인과는 다른 부검결과가 나왔다. 사인은 경찰이 추정했던 급성심장마비가 아닌 원인불상이었다.

유족들은 과도한 체력훈련이나 더운 날씨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왜 숨진 의경이 병원에 실려갔을 당시 응급실에서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할 체온을 재지 않았을까 하고 답답해 했다. 병원에서 혈압 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폭염 속 여름철에는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닌가.

하지만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일까? 숨진 의경이 소속돼 있었던 기동3중대 대원들은 입을 다물었고 경찰도 전혀 근거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냥 부검결과를 믿으란다. 부검결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사다.

묻고 싶다.

어느 날, 당신의 자식이나 형제가 국가의 의무를 다하다 원인모를 죽음을 당하고 시신으로 돌아온다면 어떻겠는가. 혹은 당신이라면 그렇게 쉽게 화장을 종용하고 부검결과를 믿으라는 말을 내뱉겠는가?

김소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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