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통신 공해

  • 입력 2006.08.16 00:00
  • 기자명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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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정보시대라고 곧잘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산업사회 다음의 시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각종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여 전달되면서 사회적 특성을 이루고 있다. 매스컴 발달과 함께 소식을 전하고 받는 일이 사회의 큰 비중을 차지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고 인터넷의 발달로 전문 지식이 쉽게 교류되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사회에서는 유익한 정보가 재산가치가 된다고 한다. 이미 지적 재산이니, 혹은 지적 소유권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는 터이지만, 정보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지적인 승부가 되고 또한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보의 역할이 사회활동의 주축이 되고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들이 노골적으로 대두되는 바람에 많은 부작용도 파생되고 있다. 이른바 통신공해라 할 수 있는 일들이 발생해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요즈음 나는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돈을 대출해 준다는 음성메시지나 문자메시지를 받느라고 귀찮아질 때가 자주 있다. 매일 두세 번이나 휴대폰이 울려 열어보면 달갑지 않는 제의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남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돈을 빌려준다는 제의에는 무척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는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그것도 휴대전화로 제의하는, 대출신청을 하라는 말이 우선 의심부터 들게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이메일로도 똑같은 내용들이 들어와 있다. 일종의 사채놀이를 하는 경우겠지만 이런 것이 계속 답지하고 있으니 매번 지우는 일도 번거롭기 짝이 없다. 전화를 받는 것도 짜증날 때가 있다. 산골 암자에 까지 전화를 걸어 무슨 물건을 안내해 준다는 등 이상한 말을 하고 장애인 복지재단이라 하면서 물건을 사 달라든지 후원보조금을 부탁한다는 일방적으로 부담을 주는 전화도 자주 온다. 도통 믿을 수가 없는 전화들이다.

상업용 광고가 대량으로 등장, 홍보용 전단이 끼어 있지 않은 신문이 없고 별의별 문구를 적은 현수막들도 곳곳에 걸려 있다. 언젠가 부산 동래온천장에 나갔다가 이런 글을 적어 놓은 현수막을 보았다. ‘돈을 빌려 주고 받지 못한 분 저희가 대신 받아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빚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빚을 대신 받아주는 해결사 역할을 자청한다는 광고다. 이 광고를 보고 언뜻 생각해 보니 채무이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압적인 수단을 써서, 협박이나 폭력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돈을 내게 하고 그 환수금의 일정 부분을 받아준 대가로 가져가겠다는 거겠지 하는 상식적인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일도 하나의 전문직업이 되었는가 생각하니 왠지 씁쓸해지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 상업주의의 이기적 근성, 이것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현대인들의 눈과 귀에 와 닿는 과장된 과대광고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아닌가 한다. 결과적으로 말해 과장된 허위선전은 결국 거짓말을 하여 사람을 속이는 일 밖에 안 된다. 왜 우리가 속이고, 속고 살아야 하는가? 참으로 비도덕적인 부조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화현상이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다. 정보도 상품이고 지식도 상품이 되는 판국이다. 그런데 진품이 아닌 위조품이 나와 진품으로 행세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소위 가짜가 판을 치는 가짜시대라 할 정도로 위조된 물품들이 공산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농산품, 수산품, 나아가 지적 상품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명품이 가짜 명품이 되고 가짜인줄 알면서도 가짜 명품을 즐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 배후에는 인간의 허영이 숨어 있을 것이다.

질로써 경쟁해야 할 상품 우선 시대에 소위 명품이라는 허상이 가짜를 대량생산하고 진품은 소외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된다면 인간의 의식이 모두 위조에 감염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위조지폐가 진짜 돈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위조를 묵인한다 하여도 그것이 진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되려면 명품을 찾기보다는 진품을 찾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명품은 호들갑스런 선전을 많이 하지만 진품은 선전이 별로 없고 항상 조용하게 숨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통신이 정보를 교환하는 본래의 역할을 이탈해 천박한 상업주의에 편승, 사람들에게 위조를 세뇌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나중에 무서운 공해가 되고 말 것이다. 사전에 이 공해를 방지하고 추방하는 운동도 일어나야 할 것만 같다.

한지안/스님.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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