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음 편하게 웃지 못하는 이유

승인2006.08.17l수정2006.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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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부터 스크린쿼터 축소가 시행되었다. 이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146일에서 73일로 줄었다. 흥행여부를 떠나 극장에서 한국영화 간판을 볼 기회가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 1999년 정부의 쿼터 축소 가능성 공식발표 이후 뉴스에선 스크린쿼터에 관한 논란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으며 거리는 영화인들의 시위로 시끄러웠다. 이제 논란은 끝이 난 것일까? 아니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영화의 집안싸움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괴물’은 개봉 16일 만인 11일 전국 관객 815만2960명을 기록했다. 800만 최단기간 돌파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태극기 휘날리며’(25일)는 물론 ‘왕의 남자’(33일), ‘실미도’(37일)보다 훨씬 앞선 기록이다. 하지만 영화계는 마냥 웃음을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괴물’이 스크린 620개를 장악하는 바람에 다른 영화들은 상영관 확보에 급급하다. 극장주들이 당장 돈벌이가 되는 ‘괴물’ 위주로 상영시간을 짜다 보니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시행된 지 한달이 조금 지났지만 우려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올초 ‘왕의 남자’가 흥행했을 때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350개 내외 중간 규모 스크린에서 장기 상영하며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수립해 영화계는 속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괴물’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 스크린을 싹쓸이했다는 ‘원죄’ 때문에 제작사조차도 찜찜한 기분이다.

최근 재경부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부처간 갈등해결 우수사례로 꼽았다. 한쪽에선 해결이 잘 되었다며 흐뭇해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선 시험을 잘 치른 학생이 아이러니하게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괴물’의 흥행으로 더 큰소리를 칠 게 뻔하다. ‘거봐라,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에 대항할 만큼 경쟁력이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정부는 영화가 성공해도 눈치를 봐야하는 웃지 못하는 현실을 알까? 이제 우리는 스크린쿼터 축소로 생긴 상처에 약이 될 대안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김하연/문화특집데스크김하연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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