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농·수협도 관치로 장악하려 드나

  • 입력 2012.09.17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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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등 국제간의 교류는 윈윈이란 측면에서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것은 팔고 싶고 남의 물건은 사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다자간의 무역역조라는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국가 최대의 안보자원인 식량에 대한 자급자족과 지구 최후의 식량안보라는 연근해 어업이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농어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다른 국가사업에 비해 부족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며 관치 농어업이 오히려 농어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예를 들어 정부에는 수백 개의 공기관이 있고 그 기관의 자본이 국가자본을 능가하는 제2의 정부가 아니라 권부로 자리 잡았다. 적자가 몇 조에 이르는 공기관의 임직원들도 감독관청의 부실한 지휘감독을 틈타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해 천문학적인 급료와 성과급을 받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만은 꿀 먹은 벙어리다.

정권창출의 일등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의 자리가 공 기관 밖에 없다보니 여도 야도, 공 기관을 자신들 집권 이후의 보금자리 후원주택(?)으로 생각해 쉬쉬하며 부정과 탈법을 용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아닌가? 이처럼 국가산하의 공 기관들이 권력의 하수인 집단이라는 비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고작 만만한 농협과 수협을 개혁한다며 조자룡 헌 칼 들이대 듯 휘둘러 얻은 전리품은 농협중앙회장이나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를 단임제로 칼질 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농협이나 수협은 여타 정부산하의 공 기관과는 성격이 달라 지역대의원들의 선거를 통해 뽑히는 엄연한 선출직 조합장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가 공기관의 사장이나 이사장도 당연하게 단임제가 돼야하며 국회의원의 임기 역시 단임제로 입법화 시켜야 형평이 맞지 않나?

수협과 달리 농협은 여신 위주의 중앙농협과 지역 농민들의 출자로 구성된 단위농협으로 이중화 돼 있다. 예금자들이 중앙농협에서 단위농협으로 송금하려 해도 수수료를 받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농협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그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러나 수협은 농협의 구조와 달라 모든 조직이 단일화 돼 지역 어민대표들로 구성된 수업지점이 있고 순수한 어민들로 구성된 대의원들에 의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데도 정부가 중앙회장의 임기를 3선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제한시킨 법은 유신헌법과 동일한 악법이었다는 게 수협종사자나 어민들의 강도 높은 불만들 중의 하나다.

만만하게 다룰 수 없는 게 농어민이고 정치권의 표심의 공략지가 농어민들이다보니 농·수협의 중앙회장을 권력의 시녀로 굴복시켜야 한다는 암묵적 정치거래의 희생양이 농·수협이 타깃이 된 이유라며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이죽대는 혹평은 근거 있는 논리라고 인정된다.

얼마 전 관의 손바닥에서 쥐락펴락하지 않는 수협중앙회를 손보기 위해 정부가 강도 높은 감사를 했으나 그들이 찾아낸 것이라곤 수협중앙회장의 판공비를 거론하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온 산을 뒤져 겨우 잡아낸 게 쥐새끼 한 마리라는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란 말처럼 농·수협 개혁을 놓고 들리는 냉소적 비판 역시 그런 이유로 짐작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수협중앙회장의 판공비만 물고 늘어질 게 아니라 정부산하 공기관장의 판공비도 모두 공개하고 감사에 들어가야 형평성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정무직 고위공무원이나 광역과 기초지치단체장과 지역 의회의장의 판공비도 투명하게 공개시켜야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지나간 태풍 곤파스와 볼라벤에 이어 현재 북상 중인 중·대형의 태풍 ‘산바’는 또 농·어민의 삶과 터전을 사지로 모는 악재로 둔갑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지원과 농. 어민들의 자체예방도 필수적이지만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노화된 농촌일손과 복구지원의 도우미로 나서길 바라고 낙과되거나 손상된 농·수산물을 팔아주는 게 농·어민에게 가장 큰 희망의 손길이 될 것이란 걸 부탁드리고 싶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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