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즐풍목우의 자세로

승인2012.10.29l수정2012.10.29 00:0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필자는 10월 25일 함안 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문재인 후보의 경남선거캠프 발대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국기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으나 단 몇 분이면 감동 깊게 울려 퍼질 애국가는 생략되었고 민주열사와 노동열사,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호국열사와 순국열사를 다발로 묶은 묵념은 이념성 짙은 색깔정치로 비쳐졌다.

문 후보는 현충원 참배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했으나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민주주의의 진원지인 마산의 3·15 국립묘지는 물론 박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고 박근혜 후보가 사실상 생전 정적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분향한 예의를 놓고도 분명 세 후보들에게 득실이 뒤따를 것이다. 문 후보의 이념적 성향이 일부 계층의 호응은 받을지 몰라도 특정 직업군과 두 분 대통령의 유업 계승을 천명하는 진보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걸 국민들이 얼마나 호응할 지 다소 궁금하다.

특히 실망스러웠던 것은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으리라는 문 후보에 대한 기대가 깨진 순간이었다. 문 후보는 전북 전주보다 먼저 LH 공사 이전에 공을 들인 진주를 제치고, 전북선거캠프 발대식에서는 LH 공사를 전주가 진주에 빼앗겼다고 선동해놓고는 경남선거캠프 발대식에서는 진주로 유치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그의 동가식서가숙하는 표리부동한 이중적 공약은 치매증(?)이 왔거나 전북도민과 경남도민을 멘붕시키는 위증(僞證)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또한 NLL을 북한과 함께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상생하자는 언급이 진담이라면 상생이 아니라 영토를 적국에 양보하자는 국치(國恥)에 가까운 신중치 못한 발언이며 주적의 협박에 굴복하는 비굴한 자세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독도문제를 놓고도 한·일 양국이 촌치의 양보 없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문 후보의 공동어로구역 설정이라는 NLL 문제에 대한 제안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국민자존심을 철저하게 뭉갠 발상이란 비난이 높다. 평화는 부국강병으로 지켜지며 국민의 살림살이는 위정자들과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솔선수범할 때 풍족해진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필자는 10월 15일자 데스크 칼럼에서 즐풍목우(櫛風沐雨)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기원전 중국의 하나라 우(禹) 임금은 장강(長江 양자강)과 항하(黃河)의 물을 인공수로로 만들어 수천 개의 강을 만들고 수만 개의 수로를 만들어 홍수를 막고 백성들의 기근을 면하게 했다. 우 임금은 치수사업(治水事業)이 끝날 때까지 솔선수범하다보니 허벅지 살이 모두 닳고 털이 하나도 없어져 버렸다.

그것 뿐인가? 제왕인 그가 7년 동안 쉴 시간도 없이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빗물로 목욕을 하다시피하며(櫛風沐雨) 공사를 독려했는데 7년 동안을 민생의 현장에서 지내다보니 행색이 사람이 아니라 곰처럼 보일정도였다. 하루는 우 임금의 아내인 왕후가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편을 만나러 왔다가 짐승처럼 변해버린 왕의 몰골에 놀라 돌로 변해버렸고 한다.
이에 우 임금이 하늘에 호소하며 뱃속의 자식만은 돌려달라고 애원하자 석상의 배가 갈라지며 어린아이가 살아 나왔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후세의 통치자들이 진심으로 백성과 나라를 위한다면 그와 같은 진정성 깃든 목민(牧民)의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던져주는 뜻 깊은 고사가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필자가 경남선거발대식과 문 후보가 살아온 궤적을 지켜보며 느낀 감정은 말세의 정치인 중 흠결이 별로 없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기회에 ‘즐풍목우’의 자세로 심기일전해 이념적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 종군하기를 진지하게 권해본다. 또한 대선에 탐닉해 경남도민의 여망을 버린 전 도지사 김두관을 선봉장처럼 내세우며 당일 행사장에 입장한 것은 경남도민의 표를 얻은 게 아니라 경남도민의 표를 걷어찬 격이었다는 당일 행사장 여기저기에서 들리던 숙덕공론 역시 함께 전한다.

/수석논설위원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회원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웹하드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화로9번길 13(641-851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163-12번지 3층)  |  대표전화 : 055-294-7800
이메일 : abz3800@gnynews.co.kr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12   |  발행인·편집인 : 김교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오용
Copyright © 2020 경남연합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