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칼럼] 소방관들의 살신성인 잊지 말기를

승인2012.11.05l수정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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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화마의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또 순직했다. 먼저 그분의 영면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고개 숙여 애도 드린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는 게 대다수 공직에 봉사하는 직업군들이지만 가장 힘들게 일하면서도 소방관서에 대한 처우개선은 후순위라는 것은 국회와 정부가 국정의 완급조절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불거져 온 소방관서의 독립이 뒤늦게 소방방재청으로 승격됐다고는 하나 그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행정지원은 답보상태라는 게 그 분야의 종사자와 가족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소방방재청은 행자부 소속이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처우는 같은 행자부 내에서조차 서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과 지자체에서도 오히려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지켜낸 국가안정망을 행정공무원들이 가로채고 예산배분에까지 쥐락펴락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역으로 말하자면 군인들은 총검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어 격전을 벌이는데 그들을 지원하고 지휘하는 건 문관이라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2003년 1월13일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된 행자부 공식문서를 보면 ‘재해대책 총괄조정 기능 및 현장대응 능력 강화’라는 명분아래 제1안으로 국무조정실의 정책총괄 조정기능 강화, 제2안으로 현행 ‘민방위재난통제본부’의 확대 개편, 제3안으로 조정 및 집행기능 강화를 위한 별도전담조직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안)이 얼마나 국민을 기만하고, 전문화라는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인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재해재난은 목숨 걸고 현장에 투입돼 재해를 막거나 차단하는 전문가 집단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해재난의 관리기법과 기술적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야만 하는 전문영역을 일반 행정의 마인드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방치하듯이 맡긴다면 이런 이율배반은 없다. 국민의 재산과 인명구조에 대한 사명의식이 뭔지도 모르고 재난현장에서 경험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이 ‘재난재해의 총괄, 조정’이라는 미명아래 주인행세를 한다면 정책 부서와 집행부서의 마찰이 극대화되고, 재난재해의 예방, 대응·수습이 제대로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적, 눈 가리고 야옹하는 식의 예방은 제대로 된 재난수습도 안 될 뿐더러 사기가 땅에 떨어진 현장대응 조직의 피동성으로 인해 사회의 안전망이 지켜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연간 수십 명씩 재난과 재해 및 사고의 현장에서 순직하거나 부상당하는 소방관들의 공무상 사망과 부상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적절한 예산지원과 시기진작을 부적절하게 운용한 정부의 책임이다. 반영구적으로 폐허화된 울산의 불산 사고나 이번 순직한 소방관 역시 태부족한 인력과 부실한 장비가 부른 행정부의 직무유기가 부른 예상된 사고로 여겨진다.

군인과 경찰 그리고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소방관들이 제대로 된 대우와 지원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소방관서마다 불만이 고압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화수처럼 거셌다. 천안함 사건 때는 대통령까지 달려가 유족을 위로하는데 왜 같은 순직자인 소방관들의 죽음 앞에서는 정부도 지자체도 위정자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가? 온통 대선타령으로 물고 뜯는 정치쓰레기 광견국가로 전락한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 시간에도 응급환자와 화재와 각종 사고의 현장에서 쉴 틈도 없이 인명구조에 나서는 그들은 우리의 형제요 가족이다. 또 그 뒤에는 그들이 지켜야 할 부양가족이 있다. 그 유족들의 생계와 슬픔을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올 가을 단풍은 타오르는 불빛처럼 아름답다. 이번 인천 물류창고화재진압에 나섰다가 8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 김영수 소방위도 이 가을 비번 때는 가족들과 오붓하게 산행할 계획을 세워놨겠지. 내 나이 칠순을 바라보니 아우 같은 그에게 존칭은 쓰지 않겠다. 김영수 소방위! 어서 일어나 국민과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라.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챙겨 다시는 그대와 동료소방관들을 죽이고 다치지 않도록 약속하겠다. 어서 돌아오라, 내 아우야!

/수석논설위원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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