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천명 대상 조사 여론을 호도할 뿐

  • 입력 2012.11.06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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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론조사 기관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짜증이 날 지경이다. 바쁜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도 그냥 둘수 없어 수화기를 들면 어김없이 여론 조사기관이다.

이런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전국에 필자 외에도 999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사에 응하기가 싫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필자가 더욱 여론조사에 응하기 싫은 이유는 한가한 노인들이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잡담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개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신뢰 오차는 + - 얼마라고 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몇 %, 문재인 후보는 몇 %, 안철수 후보는 몇 %로 박근혜는 문재인보다 몇 % 높고 안철수는 박근혜 보다 몇 %로 낮다는 둥 그 수치가 마치 대통령에 당선될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권자 수가 4020만3000명 정도였는데 대통령 선거에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가운데 투표를 할 수 있는 유권자 수는 223만3193명 중 10%인 약 22만명으로 추정한다면 국내외 총 유권자 수는 4042만3000여명 정도가 된다. 그런데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고작 1000명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이런 조사라면 어느 한 후보에게 100%가 나왔다고 해도 1000명에 불과하다. 4042만3000여 명 중에서 고작 1000명으로 %를 내어 지지도를 말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특히 조사기관에서 어떻게 질문 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 질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각 조사기관마다 결과도 들쭉날쭉하다. 이런 수치를 가지고 마치 어느 후보의 지지도가 높다느니 낮다드니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 후보 모두 정책대결 보다는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만 귀를 기울리고 있는 모습들이다. 1000명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무상복지는 기본이고 온갖 실현성이 희박한 선심성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비단 대선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당은 괴물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올바른 정책은 없고 국민의 표만 의식한 나머지 포퓰리즘만 쏟아내고 있다. 설사 올바른 정치인이 있다 해도 정당에 들어가면 오염돼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는 얘기다.
투표는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행위이지만 정당이 자기들끼리 이해타산에 따라 미리 각본을 만들어 놓은 ‘메뉴’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선거 행태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 ‘메뉴’가 싫어도 다른 ‘메뉴’가 없기 때문에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때도 그랬고, 그 전의 지방선거 때도 그랬고,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들은 정책이 실종된 입에 맞지 않는 ‘메뉴판’에 올라온 ‘메뉴’를 보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원래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취지는 국민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 선택은 정당들의 서로 다른 정책을 비교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방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들이다. 거기에다 1000명의 여론조사로 후보의 지지도를 판단하는 양상으로 비춰지다 보니 유권자는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언론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나눌 뿐이지 선거전에서는 출마자는 이름만으로 행세를 하고 정책으로 평가를 받는다. 공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그 사람이 속한 정당은 그 다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정 반대다. 정책은 없고 민주당에서는 정수장학회 등 이슈화를 만들어 물고 늘어지면서 박근혜를 압박하고, 새누리당에서는 김정일에게 NLL 포기를 했다는 노무현 발언을 놓고 민주당 공세에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권자의 지지도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존하는 여론으로는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
고작 1000명으로 4042만3000여명 유권자를 대변한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내각이긴 하지만 일본은 선거와 투표가 일상생활처럼 되고 있다. 여기에서 선거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문재인 후보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 시간을 오후 8시간으로 연장하자고 하는 모양인데 재미가 없는 선거는 투표 시간을 아무리 연장해도 투표율이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투표율을 높이가 위해서는 국민이 선거에 재미를 붙이도록 해야 하며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충분히 알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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