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博施濟衆(박시제중)

  • 입력 2012.11.30 00:00
  • 기자명 김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주나 정치인들이 정사를 잘 돌보거나, 의료인들이 인술(仁術)을 펼칠 때 흔히 쓰는 말로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을 보면,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만일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 如何). 어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에 공자는 “어찌 어질 뿐이겠느냐? 반드시 성인(聖人)일 것이다. 요순(堯舜)같은 성인 임금도 그 부분에서는 제대로 다하지 못할 약점으로 여겼느니라”(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 其猶病諸)라고 했다.
모든 백성들에게 온갖 시혜를 베풀고 그들이 당하는 온갖 재난이나 환란을 구제해주는 것, 그것이 요순정치의 이상이었고 공자의 위대한 꿈이었지만, 그 일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어서 인(仁)의 수준도 넘는 성(聖)스러움에 이르는 일이어서 요순도 행여 그렇게 하지 못할까 늘 걱정하고 염려했다는 것이 공자의 풀이였다.
사람들은 남의 말을 쉽게들 한다. ‘뒷담화’의 대상과 함께하지 않을 때는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 남의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 중에 불특정 다수를 무작정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이라도 관계를 형성한 사람을 욕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자기 맘 같지 않으면 무작정 욕을 해댄다.

남의 이야기를 하려면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말은 바람과 같아 돌고 돈다. 남을 비난 하는 이야기는 비난의 대상에게 어떻게든 전달이 된다. 남에 말하기 좋아하는 국민성과 전달하기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에….
그래서 우리 민족을 배달(?)의 민족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유언비어들이 많이 돈다. 연말 대선과 도지사 보궐선거, 기초의원 보궐선거까지 겹친 산청은 지금 유언비어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언어유희의 홍수 속에 지역민들은 정신을 바짝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누가 당선이 되던, 도지사가 누가 당선이 되던지 간에 우리는 지역의 일꾼이 더 소중 할 것이고 지역의 당면한 행사가 더 중요하다.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되었다. 벌써부터 지역의 현안은 외면한 채 줄서기를 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기초의원들을 보니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유세장엔 모두가 한마음으로 선거 운동원으로서 지역 국회의원의 눈도장 찍기에 정신이 없다.
물론 정치인이라 공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공천은 그들이 줄지 모르겠지만 당선을 위한 표는 지역 주민들에게 있음을, 공천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지역 주민들은 엄중히 일깨워야 할 것이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일 년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 유세판의 동량들이 지역 현안과 지역의 당면한 과제에 한마음으로 뭉쳤으면 좋겠다. 어쩌면 불가능한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간절하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싶다.

참다운 삶이란,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한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과 다름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인간관계란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빠른 길’을 가는 것보다 ‘바른길’을 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것을. 주민의 대표성을 띄는 모든 이들은 박시제중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자.

지역주민들과 소통이 필요하다. 만나라. 만나면 더 깊게 이어진다.

/산청 노종욱기자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