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뜨거웠던 6월의 뒤안길

  • 입력 2006.08.23 00:00
  • 기자명 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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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우리가 독일 월드컵으로 들떠 있을 때 다른 곳에선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통을 당한 이와 그 가족이 있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뺑소니를 쳐버려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고 지금 그는 목발에 의지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억울함도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에 대한 원망도 않는다. 다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경찰에 대해선 “과도한 업무에 수고”한단 말로 기자의 비판기사를 막았다.

지난 18일 ‘여름철 교통사고 잦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유난히 ‘목격자를 구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띄여서다. 전화를 걸어 피해자 가족과 통화하고 담당경찰관도 만났다.

대부분 이들은 ‘내가 잘하고 네가 잘못했음’을 가리기 위해 현수막을 걸어 목격자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그는 6월 14일 새벽 4시 5분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날도 아들은 가족을 위해 낮엔 다른 일을 하고 밤에는 음식점에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가족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는 딸 3명.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고 파티마병원에 입원, 지금은 집 근처 개인병원서 치료 중이다.

그의 어머니는 “사고 후 경찰은 열흘이 다 돼서야 사고조사를 나왔고 이유를 휴가 갔다, 몸이 아팠다고 했다”며 원망이 서려 있다. 물론 원망의 이유는 더 있었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사고가 있었던 그날 그 시간. 불과 4시간 전은 토고로부터 극적인 2대1 역전승으로 창원시청광장을 중심으로 우리는 너무나 흥분해 있었다. 젊은 남녀들은 오픈카로 경적을 울리며 태극기를 달고 돌아다녔고, 기쁨에 서로를 껴안았었다. 기자는 이 자리를 빌려 가해자가 이 날의 승리를 진정 기뻐했다면 이 가족의 아픔도 아는 사람일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더불어 이 사람의 용기도….

강재훈기자/사회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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