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김장구 시인 ‘가을 산’

2022-01-03     /정리 한송희기자
▲ 김장구 시인

‘가을 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살짝 부끄럼 타더니
홍조 띤 청춘이
거나하게 취기오른 농염한 자태
삽시간에 온몸이 불콰한 산야

등산로 입구에 빈대떡과 막걸리 한잔으로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기고 달아나는
혹독하던 시절 아픈 사연
모두 던져버린 후 황량해진다

저 산 
나무들만 달아나지 못하고
우뚝 서서 
호된 바람이 할퀸 상채기에
부르터 울어 붉어지더니

사위어간 빛에 데워진 단풍잎

가을비에 속절없이 후들거려
오도 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파란 하늘 꼭 깨물고

새빨간 거짓웃음으로 치장하는
가을 산의 화양연화가 곱다

 

 ◆시작노트
 지난 가을 소슬비 속에 울산 봉대산을 정자동에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있는 봉수대까지 쉬엄쉬엄 올랐었다.
 단풍 진 산 중턱에 놓인 벤치에 앉아 숨 고르기를 하던 때, 파란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가을 산의 아름다운 정경은 나를 고요한 시상에 파묻히게 하였다.

 ◆김장구 시인 약력
 - 경주시 거주
 - 시사모 동인
 - 세계아이티㈜ 고문
 - 포항시 신중년사관학교 기악과 교수
 - 시사모 동인지 ‘초록의 뒷면을 지나’ 외 다수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