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그콘서트와 대선 후보

  • 입력 2012.12.07 00:00
  • 기자명 이민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자주 시청하는 편이다. 딸아이가 좋아해서 같이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애청자가 되었다. ‘개그콘서트’에는 여러 가지 코너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청률이 가장 높은 코너는 ‘네 가지’라고 한다. 인기가 없거나, 시골출신이거나, 키가 작아서, 혹은 뚱뚱해서 세상의 편견에 시달리는 네 남자가 세상의 편견과 오해에 적극 항변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출연하는 개그맨들의 뛰어난 연기가 이 코너의 가장 큰 인기요인이겠지만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의 편견에 시달리는, 수 많은 보통 사람들이 네 명의 개그맨들이 털어놓는 에피소드를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네 가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 세상을 살아가는가? 그들처럼 네 가지가 없어서, 또는 지방대학 나와서, 돈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혹은 여성이라는 그런 이유들로.
개그맨 양상국씨처럼 한번도 서울특별시민으로도 살아보지 못한 나는 자연스럽게 지방분권 균형개발이 필요하다고 믿는 무리에 속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이 특별히 다른 곳보다 발전했으면 하는 이기적인 이유가 아니라, 모든 것이 서울에만 집중되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그야말로 고사상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누가 지방분권과 균형개발을 잘할 후보인가가 내게는 매우 중요한 후보 선택 기준의 하나가 되었다.

지방대학의 교수로 있으면서 성실하고 뛰어난 제자들조차 단지 지방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취업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지방대학 육성과 지역인재에 대한 우선채용할당제를 주장하는 후보를, 돈 없는 보통사람들을 위해 반값등록금을 해주겠다는 후보를, 나 자신이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병원 출입이 잦아지다 보니 병원비 부담을 줄여주고 보다 나은 의료복지시스템을 갖추겠다는 후보를, 그리고 두 딸의 아빠로 살다 보니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후보를 더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유력 대선 후보들의 각 부문에 대한 공약이 너무 비슷해서 공약으로 어느 후보가 적합한 후보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의견에 일면 동의하지만, 사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보인다. 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들의 공약내용 그 자체보다 실천의지일 텐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누구나 그 차이를, 각 공약의 실천에 대한 후보들의 진정성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TV 토론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해서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제공이 되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며칠후 선관위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린다. 나와 내 가족과 우리들을 위해서 적어도 TV토론 정도는 시청한 후 후보와 그들의 공약을 판단하는 수고는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별히 잘난 것 없어서 세상의 편견에 시달리는 미약한 우리들이지만, 5년에 한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우리 자신이니까.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