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호 비방 자제…선거 후 초당적 협력

  • 입력 2012.12.17 00:00
  • 기자명 이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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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있었던 한 선거유세에서 모 후보의 선거연설원이 상대방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유력인사를 거론하며 “그는 이 나라의 간신이다. 간신은 죽여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날 공격을 받은 측도 사실 막말 선거유세, 상대진영에 대한 네거티브 논란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소위 지도층들의 이런 모습에 자극 받은 양 지지자들간의 막말 퍼레이드도 이미 도를 한참 넘는 수준이다. 특히 주요 선거관련 보도기사들에 달린 인터넷 댓글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명색이 집권여당 그리고 제1야당의 후보인데, 각각 전국민의 약 절반 가까운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년놈’ 소리가 난무하다.

물론 다수의 국민들은 차분하게 선거운동을 지켜보고 있지만 이렇게 선거운동이 혼탁과열 양상을 띠는 것은 1차적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비록 일부지만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해서 막말을 쏟아내며 비방하는 시민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제발 상대방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선거가 끝난 후 이다. 거의 틀림없이 두 후보 중 한 후보가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될 것이고 다른 한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들 텐데 이때 본인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선거부정이나 무효를 주장하는 극렬 지지자들이나 정당이 생기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엘고어 후보는 국민 투표에서는 약 5100만 표를 득표, 공화당의 부시 후보에 54만여 표를 앞서 1위를 기록했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271 대 266으로 석패하였다.
특히 플로리다 주에서는 당초 2700여 표차로 패배하였으나 플로리다 주 일부 선거구에서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 표차가 400여표까지 줄었고 주 전체 지역에서 재검표를 할 경우에는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투표결과에 대승적으로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당시 친 공화당 성향의 대법원 판사들의 재검표 중지 판결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엘고어 스스로의 결단의 산물이었다고 알려지는 사례다
대선이 끝난 후 두 후보 측에게 이러한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명백한 부정선거가 아닌 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차기 국정에 적극 협력하는 후보와 정당이 진정 이 나라를 생각하는 후보와 정당으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엘고어는 길이 역사에 남겠지만 대선에서 승리해서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보였던 부시에게 지금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

이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우리의 대표를 뽑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높은 투표율로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면 누가 당선되든 앞으로 결코 이러한 깨어있는 국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이다.

장동석 / 경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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