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도지사의 품격 이래도 되나

  • 입력 2013.11.04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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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미소는 삭막한 세상을 정화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거나 품에 안고 고즈넉이 달래는 엄마의 미소는 인간의 성장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비록 피가 흐르지는 않고 온기가 느껴지지는 않아도 미륵반가사유상이나 성모마리아의 입상 앞에 서면 우리는 착한 중생이나 순종하는 신의 자식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모든 미소가 상대에게 평화를 주는 건 아니다. 조롱하는 미소, 살기가 번득이는 미소는 오히려 분노를 유발시키는 다툼의 씨앗이 된다. 복을 짓는 방법 가운데 가난하고 재물이 없어도 덕과 복과 공덕을 쌓는 일곱 가지 방법을 일러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서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자세를 화안보시(和顔布施)라 하여 으뜸으로 친다. 따뜻하고 정다운 미소로 상대를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화안보시가 아니더라도 공손한 언어와 대화인 언시(言施),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심시(心施), 온화한 눈빛으로 호의를 건네는 눈인사인 안시(眼施), 어려운 이웃이나 노약자의 짐을 들어주는 신시(身施), 임산부나 아이를 등에 없고 있는 부인이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좌시(坐施), 상대를 가리지 않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을 돕는 찰시(察施), 이처럼 일곱 가지만 가지고도 평생 한량없는 복을 지을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국감장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향해 내비쳤던 냉소적 언행은 공인의 품격과는 거리가 먼 국회경시이자 국민에 대한 능멸이자 모독이라는 여론을 홍 지사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무재칠시의 기본을 말씀해드리고 싶다. 적어도 경남도민을 대표하는 도백이라면 남사당패나 건달패가 아니라 아량과 지혜와 인격과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비판들이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왕족이나 정승. 판서의 후손 아닌 사람이 있으랴마는 홍 지사의 가문이 남양 홍씨(南陽洪氏)라면 그 중시조는 여말의 대학자이자 충절로 이름 높은 경재 홍노(敬齋 洪魯) 선생일 것이다. 남양 홍씨의 집성촌인 경북 군위군 부계면(부림)은 역사와 문화의 산실이며 1786년 정조대왕 10년에 경북풍기의 소수서원과 쌍백을 이루는 지방교육기관으로 공식인가를 받아 설립된 양산서원(陽山書院)이 자리한 유서 깊은 고을이다.

양산서원에는 ‘경재 홍노 선생’을 비롯해 ‘문광공 허백 홍기달(文匡公 虛白 洪貴達)선생’ ‘대학자 우암 홍언충(寓庵 洪彦忠) 선생’등 세분을 모시고 춘추제향을 받들고 있으며 서원에는 귀중한 목판 문화재(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51호)를 소장하고 있는데 경재 홍노 선생의 실기목판과 조선조 후기 성리학의 대가인 목재 홍여하(木齋 洪汝河) 선생’이 수찬(修撰)한 휘찬려사(彙纂麗史) 일명, 고려사(高麗史)증보 목판이 보존되어 있는 중요한 서원이기도 하다.

필자가 양산서원에 들러 ‘휘찬려사 목판’과 고준한 석학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엎드려 두 번 절하고 돌아 온지도 어언 20년이 훌쩍 지났다.

내가 홍준표 지사를 절의와 경세가의 후손으로 알고 지지한 것은 그런 기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도백에 오른 홍 지사의 도정장악력은 업적도 많지만 상대적인 강한 이미지 때문에 도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인구에 회자되는 비판과 비난들도 많다. 진주의료원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 작디작은 서민들의 안식처인 병원하나를 노조원 몇 사람이 문제가 된다 해서 중앙정부나 국회의원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공중분해 시키는 것은 강자의 횡포이지 치자(治者)의 덕목이 아니다.

마창대교 하나에만 쏟아 붇는 연간 적자 보존금만해도 진주의료원 적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아닌가.

양민에 대한 관의 폭정과 수탈이 횡횡하던 시절,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며 곧은 절개와 학문적 격물치지로 백성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홍준표 지사의 존경받던 가문과 덕망 높은 선대어른들을 떠올리며 필자는 홍 지사의 독불장군 격인 언행과 강성도정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고의 검객은 발검하지 않고도 상대를 제압한다. 강한 것은 쉽게 부러진다는 사실은 언제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진리이자 교훈이기에.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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