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자이기 때문에

  • 입력 2006.09.04 00:00
  • 기자명 김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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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유명연예인이 선전하는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유명 메이커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멘다. 선글라스에 하이힐을 신고 길을 나선다. 아는 남자 선배에게 전화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후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요즘 인터넷에서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유명한 여자, ‘된장녀’의 하루다. 된장녀란 ‘외국 고급 명품과 문화만을 좇는 허영심 가득한 한국 여성’, ‘극단적 페미니즘을 신봉해 남성을 혐오하면서도 남성들에게 붙어 이득을 챙기려는 이중적인 여자’란 뜻의 신조어다. 온라인에서 된장녀는 만화, 게임 등을 통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녀’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개똥녀’를 비롯해 ‘딸녀’와 ‘떨녀’, 독일 월드컵 때 등장한 ‘엘프녀’, ‘시청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왜 ‘~남’은 없을까? 그것은 우리 인터넷 댓글 문화에 그 이유가 있다. 인터넷 댓글 문화는 우리 사회에 어떤 커다란 이슈 하나를 만들어낼 만큼 그 힘이 크다. 댓글을 쓰는 성비를 본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떠한 이슈에 관해 논쟁을 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있어 여성보다는 남성이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누가 무엇을 만들었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녀’에 여성에 대한 무시와 희화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녀’의 타깃은 특정한 성(gender)이라는 것, 다시 말해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판은 집단적 분노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남과 여 네티즌들의 대결구도까지 보이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소모적인 싸움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알아야 한다. 남성 네티즌이 분개하는 ‘된장녀’는 일부 여성들의 소비문화에 국한된다. 남성들의 기준에서 판단해 조금의 어긋남이 있다고 ‘~녀’로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녀’가 나올지 모른다. 씁쓸한 신조어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인터넷 문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김하연/문화특집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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