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300개의 가슴을 끌어안고

  • 입력 2006.09.05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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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해양경찰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리저리 한창 바쁠 시기다. 수많은 피서 인파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건들, 정말 몸이 두 개 아니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나 역시 해양경찰의 일원으로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경찰관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나처럼 정신없는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는 300명이 넘는 전경들을 챙기고 돌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해양경찰에 투신한 후 전경지도관이라는 직책을 맡은 지 이제 10년이다. 그동안 수많은 전경들을 데리고 와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다시 무사히 부모의, 사회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진해 해군기초군사학교에서부터 인천 해양경찰학교까지의 교육을 받고서 군생활의 진짜 출발점 앞에 선 신임 전경들, 인천에서 통영까지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데려온 것이 그 몇 번이었던가.

2년이 넘는 긴 전경생활 무사히 마치고 통영해양경찰서 입구 계단에 다 같이 모여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던 전역을 앞둔 전경들, 그들을 지켜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았던 때 그 몇 번이었던가. 바짝 얼어 있는 신임 전경들, 녀석들에게 나를 삼촌처럼 형처럼 편하게 생각하라며 다독이고 신상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확인한다. 무슨 일이든 나와 상의해서 해결하라고 몇 번이고 일러준다. 누구나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게 마련이며, 군대라는 특별한 환경 속에서는 그것이 더 크게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하나하나씩 신임 전경들에게 다 나눠준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매달 들어오는 신임 전경의 수처럼 무사히 큰 사고 없이 즐겁게 전역을 맞는 전경들도 매달 생긴다. 그 녀석들의 환한 웃음을 보는 것은 내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사회로 복귀해서도 취직, 결혼, 득남득녀 등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하곤 한다. 이럴 때 나는 뿌듯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집사람에게 ‘예전 내가 데리고 있던 애들 중에 그 녀석이…’ 하며 자랑하기도 하는 것이다.

김용기/통영해경 소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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