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도체를 먹는 미생물

  • 입력 2013.12.19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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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1980년대 반도체 시장을 주름 잡았다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서 시장이 커졌습니다. 더 큰 시장을 만들고 반도체 산업을 경제의 주된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국내에서 생산량이 많아지는 반도체를 국민들이 먹을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땅에서 키운 벼와 배추로 만든 음식을 먹고 힘을 얻어 반도체 생산에 힘을 보탤 수는 있지만 우리는 반도체를 매일 반찬으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위에 반도체를 먹는 미생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초균 속에 속하는 아시치오바실러스(Acidithiobacillus ferrooxidans)라는 미생물은 황산을 대사물질로 외부에 배출하여 산도 1~2정도의 극한의 산성환경을 만들어 반도체 세라믹 성분을 녹여 자신의 영양분으로 이용합니다.

이 미생물은 광산 주변의 황산이 많이 포함된 물속에 주로 서식하고 있으며 미생물이 씹어(?)먹는 반도체는 화학처리를 해서 처리한 경우 보다 더 빠르고 철저합니다. 이 미생물을 이용하면 우리는 반도체를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금속광산에서는 이 미생물을 이용하여 구리와 철을 채굴하는데 이용합니다.

바이오리칭(Bio-leaching) 이라고 알려진 이 방법은 금속을 열이 아닌 미생물로 녹여서 액체성분으로 채취하여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미생물이 어떻게 극한의 산도에서 살아남는지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황을 에너지화 하는 대사과정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이 후 남은 수소이온을 세포 외부로 배출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여 세포 내부의 환경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환율변동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시장 침체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하며 경제에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을 주면서 농업 보다 돈이 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미생물처럼 반도체를 먹고 살 수 없기에 농업은 우리의 생명이라는 진리는 바꿀 수 없습니다.

농촌진흥청 생물소재공학과 / 이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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