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6·4 선거일을 기다리며

승인2014.02.17l수정201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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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패배 후 일본은 전승국인 미국의 기침 한 번에 일희일비하며 바짝 엎드려 살았다. 가장 잔혹한 형벌이라는 5형(五刑) 중 궁형(宮刑·거세)을 당한 사마천이 불세출의 역사서인 사기를 편찬했듯 일본 역시 1945년부터 70년 가까이 그들의 본래 속내를 감추고 절치부심 국력을 키워나갔다.

아베 일본수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당당하게 참배하고, 과거사 문제에 동가식서가숙하는 일본에 대한 유엔의 결의에도 콧방귀를 뀌고, 그들의 군대에 의해 강압적으로 끌려가 청춘과 정조를 짓밟힌 점령국 여성(위안부)들을 창녀 취급하는 것은, 사냥개가 목에 매단 쇠사슬을 스스로 끊고 주인과 한판 붙어보자며 송곳니를 내밀고 으르렁대는 항명과 다를 게 없다.

조선반도는 2000년부터 일본인들의 ‘나와바리’ 구역이었다. 3면의 넓은 해안선을 따라 몇 십km 정도만 육지로 들어서면 비옥한 대지에서 생산된 양질의 농축산물과 유교로 잘 닦여진 심성 고운 양민들이 승냥이나 다름없던 해적인 왜구들에겐 손쉬운 약탈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서애 유성룡 선생은 탄환이 나르는 세 떼와 같았다며 선진화된 왜구의 첨단무기에 혀를 내두르며 저서인 징비록에 조총(鳥銃)이라고 기록했다. 1543년 일본 ‘다네가 섬’에 표류해 상륙한 포르투칼 선원에 의해 처음 선보인 화승총(조총)이 수 십만 자루 생산돼 1592년(임진·정유재난)부터 5년간 조선의 전국토를 유린하는 데 걸린 시간은 50년 정도에 불과했다.

그처럼 그들이 군국주의 야심과 본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 시각에 대한민국의 조야는 거기에 맞설 수 있는 만반의 대책은 수립되어 있는지, 큰소리치는 자주국방은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짝퉁 공화국이라는 국호가 더 어울릴 정도로 원전부품에서부터 최신형무기까지 불량 부품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군을 믿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신뢰성이 매우 떨어져서 말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주변국들의 준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일방적 방공식별구역책정과 야스쿠니에 합사된 전범들을 최고의 애국자로 추모하는 비이성적 행위 앞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각료와 정치인들, 몇 군데 시민사회단체들을 제외하곤 너무 태평스러워 보이는 사회분위기가 유쾌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요즘 나이 탓인지 운동감각이 저하돼 주로 대중교통에 의존하는데 버스 내에 노란팻말이 붙어 있는 노약자와 임산부석, 장애인석은 아예 청소년들의 지정좌석이 돼버렸다. 단 한 번도 청소년들에게서 자리를 양보 받아본 기억이 없다. 지난해 연말,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교 교장과 환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대화 도중 그 양반은 “예전 같으면 운동 삼아 교내를 순찰하며 건물도 살피고 잡초도 뽑고 휴지도 줍는데 요즈음은 아예 접었다”고 얘기했다.

교장실 인근 구석에서도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학교 으슥한 나무 밑에서 음주를 하는 학생들이 두려워서란다. 약간의 체벌에도 폭력교사로 고발당하고 심지어 제자한테 상스런 욕설을 듣거나 부모까지 쫓아와 교사를 구타하는 막가는 현실에서 교육도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래가 없는 국가라는 비탄이다.

오늘날의 공교육이 이토록 황폐해진 책임이 교사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역공할 궤변조차도 나는 꺼내들지 못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거리에 나서면 사람과 사람끼리 따스한 눈빛들이 교차되는 게 아니라 청소년도 어른도 스마트폰에만 얼굴을 파묻고 있는 거리풍속도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소외감을 더욱 부추길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조국이 역주행하는 승용차처럼 느껴지는 건 주변국 때문 뿐 아니라 내부적 사회질서와 윤리적 감각의 퇴화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부정부패 등 사회부조리가 어느 나라건 없으랴마는 취약한 정치와 빗나간 공교육, 곤두박질친 윤리도덕과 안보불감증은 국민이 아니면 바로잡을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일이어서 모쪼록 권력형이 아닌 그 지역의 정서를 숙지한 덕목을 겸비한 전문행정가들이 6·4 선거 때 지역의 공복으로 선택되길 기대해 본다.

/본지 주필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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