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칼럼]한국사회의 性 인식

  • 입력 2007.06.08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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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여중생이 모텔에 감금되어 6개월동안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건이 발생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감금되어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실과 더불어 성구매자들 중 의사·약사·변호사·교수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사실은 성구매자 중 소위 말하는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여중생이 감금되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심지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신고할 경우 본인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애써 이해해 보려해도 그러한 성구매 행위가 일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동과 청소년은 어떤 이유에서든 성착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가출한 청소년의 경우 직접적인 보호자가 없고 어리다는 점에서 성매매나 성폭행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가출한 청소년의 1/3이 성매매 피해를 입었다고 청소년 단체는 밝히고 있다. 청소년의 성매매 피해 경험이 이처럼 높은 것은 성매매에 대한 우리사회의 낮은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며 무엇보다 10대 여성에 대한 로리타 콤플렉스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

성매매 방지법이 2004년 9월 23일 제정되고 이제 3년에 이르고 있지만 성매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수준은 여전히 낮다. 성매매를 성매매 여성들에게 대한 인권침해나 폭력, 범죄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행위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며 그러다보니 성구매로 인한 처벌에서도 반발감이 크다. 성매매 방지법 이후 성구매자들에 대한 처벌의 하나로 ‘존스쿨’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수강명령을 받은 성구매자들은 ‘많은 성구매자들 중 유독 왜 자신이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반발한다.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성매매 행위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성매매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법의 집행 또한 필수적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광주지역은 예전부터 티켓다방 등 청소년 성매매가 심각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그럼에도 1000여건이 넘는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동안 한번도 신고나 단속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문제인식 수준과 단속의 현황을 짐작케 한다.

더불어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고는 있으나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극히 미약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이 어떻게 처벌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여중생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직접적 가해자는 물론이고 성매매 사실을 알면서도 장소를 제공한 자, 범죄행위에 가담한 성구매자들 또한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강의를 다니다보면 남성들 중에는 ‘성매매가 만연한 이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해 갈 수 밖에 없고 결국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성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대다수인 한국사회 남성 개개인의 인식이 변하면 어쩌면 훨씬 빠르게 성매매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가 단순히 돈을 주고 성을 사고파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임을 다시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우리사회 성인식에 대한 가슴 깊은 반성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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