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어떻게 전우가 전우를 죽여?

  • 입력 2014.08.07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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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치판에서 박수를 칠 만한 진실을 봤다. “전우를 죽이는 자는 어떤 이유로든 살인자다!” 라는 뇌성벽력 같은 질타가 신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입에서 국방장관과 군 간부들을 향해 쏟아질 때 필자 역시 45년의 한이 반은 풀리는 것 같았다.

필자 역시 구타와 동물취급을 받는 훈련으로 45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고 근래 3개월이 넘도록 칼럼을 쓰지 못한 것도 그 후유증 때문이었다.

군인을 사람이 아니라 군인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군인은 전쟁의 소모품일 뿐 자신을 방어할 보호망과 인격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국가를 지키고 그 지키는 힘이 국가발전의 동력임에도 군은 언제나 사회와 격리된 괴물체처럼 보였다. 왜 그랬을까?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초반은 김신조 무장공비 사건과 울진. 삼척 무장공비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개 소대나 중대가 전멸당하는 치열한 살육전이 벌어지던 초 냉전의 시기였다.

먹는 것보다 맞는 것이 더 많다고 기억될 만큼 구타가 관행으로 이어지던 그 시절에도 내무반 복도에 침을 뱉고 전우에게 침을 핥으라고 하는 극악무도한 행위는 없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라는 영화다. 적지에 부상당한 채로 남겨진 전우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고 그가 소속한 부대원들이 죽음을 자처하고 나섰다. 2차 대전의 백미인 노르망디상륙작전 때의 실제 상황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전우애’를 그린 것이다. 부대원들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포화를 뚫고 라이언 일병을 구했지만 그는 자기 때문에 남겨진 전우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결정한다. 나중 모든 전우들과 함께 돌아온 라이언 일병은 영웅이 됐지만 그는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이렇듯 전쟁의 영웅은 혼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전우들의 죽음과 상처로 태어나는 전장의 꽃이다.

얼마 전 개봉해 천 만 관객을 목전에 둔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인 ‘명량’ 에서도 전우애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충무공 혼자 싸워 영웅이 됐나?

일장공성 만골고(一將功成 萬骨枯)라 하여 장수가 얻은 공은 수많은 부하의 뼈가 부서지고 목숨이 버려진 데서 얻어진 것이다. 라는 고사성어가 금석지감처럼 떠오르는 시절이다.

군인은 그들끼리의 진한 사랑이 없으면 그저 군인이라는 전쟁용 소모품일 뿐이다. 그러나 서로 뭉치고 사랑하고 아끼면 전우가 된다.

그렇게 전우애로 뭉쳐진 군인들은 전쟁에서 패하는 법이 없다. 라이언 일병이나 명량해전에서 보는 것처럼 죽고자 하는 군인은 영원히 살고 살고자 도망치는 군인은 영원히 죽는다. 조국을 지키는 일은 나이를 떠나 있다, 그래서 맥아더 원수는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윤일병 사건이나 군이나 의경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구타행위는 상관들의 비공식적인 묵인 하에서 이뤄진 가장 잔인무도한 범죄행위다. 봉급인상과 연금계산만 되며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높은 군인이나 경찰을 노병이라고 볼 수 있나?

오죽하면 대통령이 대노하고 여당의 대표가 살인자들이라고 흥분했을까? 대한민국 행정부 및 입법, 사법부에 계시는 분들 가운데 군대에 가본 분이 몇 분이나 되는지 또한 그 자제들이 병역의무를 수행했는지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의무인 3대 의무를 치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지 않은가.
이런 단초를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우리 같은 노병들의 책임으로 자책 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뇌물만 주면 모든 원칙이 무시된 관행 때문에 일어난 인재며 그 또한 나이든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져야할 업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자식을 군에 보내려 할 것인가? 동물들이라도 자기 종족은 죽이지 않는다.
하물며 나라 지키는 군인들과 전경들이 병영에서 전우를 죽이고 죽도록 상황을 몰아가는 것은 동물보다 못한 짓이다.

모두가 소중한 아들이요 딸들이 아닌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방화 ‘명량’이 세간에 감동으로 회자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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