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칼럼]인식 전환이 필요한 교육문제

  • 입력 2007.06.12 00:00
  • 기자명 권경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한국경제의 샌드위치 현상의 원인을 교육제도의 모순 때문으로 치부해 버렸다. 즉, 영재교육의 부재를 탓한 것이다. 물론 기업은 기술과 경영면에서 우수한 인재를 원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찾고 키웠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 때 이공계 기피현상까지 나올 정도로 기업은 그들을 대우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우수한 유학생들은 귀국을 포기하고 더 나은 외국기업을 찾아야 했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두말나위 없이 훌륭한 인재의 양성이다. 또한 훌륭한 인재는 훌륭한 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어떤 교육이 훌륭한 교육인가. 영재교육, 과거 80년대 이전과 같은 고교 서열화 정책이 훌륭한 정책일까! 아마도 이건희 회장과 같은 경제인이나 우리사회의 상위계층들, 공부를 잘하는 학부형들은 영재교육이나 경쟁적 교육정책을 선호할 지도 모른다. 반면에 자녀의 천재성이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대다수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또 어떨까. 물론 영재교육은 부분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과학고 등 특수학교들도 생겨났고 KAIST, 포항공대, 서울대 등도 있다. 그것도 모자라 세계적인 대학으로 유학을 간다. 그런데도 영재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국경제가 샌드위치 되었다고 푸념한다니 교육문제에 관한 계층 간 인식차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히려 개인의 전공지식을 등한 시 하면서 영어성적을 더 중시하는 대기업의 입사 채용문화가 대학의 경쟁력, 기업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린다고 말하고 싶다.

교육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차원의 교육정책은 무수히 바뀌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민들은 자녀의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이처럼 심각한 악의 꽃인 사교육비 문제는 중증환자의 수준을 넘어 말기 암의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런데 말기 암의 치료방법을 놓고 겨우 처방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좌충우돌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3불정책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한국교육의 본질적 문제점을 진단하는 접근방법이 소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심각한 인식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기여입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본고사를 부활하고, 고교평준화를 폐지하여 고등학교부터 학교서열화 한다면 과연 사교육비가 절감되고 공교육이 정상화 될까.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런데도 유력 대선후보들 조차 앞 다투어 고교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니 가진 자 만의 입장을 되풀이 하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만이라도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발상은 왜 하지 않는가. 답이 없다는 사교육문제는 교육의 본질 문제에서 접근하고, 공교육의 근본적인 내용적 혁신 차원에서 인식전환을 전혀 새롭게 해야 한다. 일례로, 우리 교육현장은 학교 수업이 끝나갈 오후 1시를 전후하여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온갖 학원차들로 교문 앞은 북새통이다. 심지어 용감한 운전사는 학교운동장까지 진출해서 자신의 학생들을 기다린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가 마치면 곧바로 학원으로 향한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종례가 끝나는 오후 3시 반을 전후하여 일단의 학원차들이 학생들을 기다린다. 이 처럼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또는 잠시 집으로 돌아온 뒤 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크게 몇 가지 점에서 그 원인을 가정해 보자. 첫 번째 가정으로, 학교수업이 부족하여 보충학습을 위하여 학원으로 향한다면 공교육의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 만약 이 경우라면 초·중등학교는 수업량을 늘리거나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은 좋은 학생대로, 뒤 떨어지는 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 공교육인 학교가 학생을 위한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결과로 학원을 향하게 했으니 학교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두 번째 가정으로, 퇴교 후 학생을 돌볼 보호자가 없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너무 일찍 학교를 파한다는 데 있다. 즉, 차라리 학원에 보내면 공부를 더 할 것이고, 그 시간에 부모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심리적 요인도 가정 할 수 있다. 즉, 부모에 의해서든 학생의 의지에서든, 다른 학생들이 학원을 가니까 행여 자신도 학원에 가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학원을 찾을 수 도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주의 정책이 강한 서구의 예는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프랑스나 독일 등 서유럽의 경우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오후 4시 30분을 전후하여 학생들을 하교시킨다. 중등학생의 경우는 오후 5시가 넘어서 하교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보다 일일 공교육의 수업시간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서유럽의 경우 초등학생까지는 반드시 보호자의 손에 의해 학생을 등·하교 시킨다. 따라서 맞벌이 가정이 많은 서유럽 가정에서 자녀들의 등하교문제는 상당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아와 초등학생을 둔 가정의 경우 우선 오후 4시 20분경에 마치는 유치원 자녀부터 데리러 갔다가 거의 정확히 4시 30분경에 마치는 근처 초등학교 자녀를 함께 데리고 집으로 와서 간식을 먹인다. 도시 어느 곳에도 입시학원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예·체능 등 특수 분야에 한해서 극소수의 전문 개인교습소가 있는 것이 전부다. 물론 특수한 계층의 자녀들 정도만이 이용할 뿐이다.

학교가 너무 일찍 마치는 것이 어린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중요한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또는 공교육의 정상화의 한 방법으로 일 일 수업량을 한 두 시간 늘릴 필요도 있다. 이제 우리는 학교수업이 너무 일찍 끝난다는 생각을 해야 할 때이다. 일본·미국·영국식 교육제도와 내용으로는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실패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프랑스·독일 등 서유럽식 교육제도와 내용을 과감히 도입할 때이다. 교육만큼은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거창한 교육정책보다 국민 대다수의 피부에 와 닺는, 사교육비 안 드는 교육정책을 이번 대통령후보에게 또 다시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