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증하약(對症下藥)

  • 입력 2014.09.26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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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화타전(華陀傳)에는 동한(東漢) 말기 뛰어난 의술로 신의(神醫)라는 칭송을 받았던 화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번은 고을의 벼슬아치인 예심(倪尋)과 이연(李延) 두 사람 모두 고열(高熱)과 심한 두통(頭痛)을 앓게 됐다. 다른 의원들이 와서 그들을 살펴보았으나 효과가 없자, 결국 화타가 초빙돼 왔다.

그는 두 사람의 상태를 살펴 본 후, 각각 다른 처방을 내렸다. 증상이 똑같은 두 사람에게 각기 다른 약을 먹게 하자, 많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화타는 “예심은 신체 외부에 병은 없으나 잘못 먹어 내부에 배탈이 났으므로 사약(瀉藥)을 먹어야 하고, 이연은 신체 내부에 병은 없으나 외부의 영향으로 감기에 걸린 것이니 발산약(發散藥)을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산청군의회 7기 의회에서는 2014년도 산청군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5일간 실시한 행정사무를 통해 의원들은 집행부의 지난 잘못들을 파헤치고, 시정을 요구하고, 때로는 증인을 출석시켜 잘못 집행된 업무에 대해 개선과 수정을 위해 의원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혼신을 다해 장렬히(?) 산화했다.

그러나 집행부에 대한 많은 자료 요구로 감사에 철저히 준비한 의원이 있는 반면에, 단 한건도 집행부에 대해 자료를 요구 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물론 그 의원은 5일간의 행정사무감사 중 한번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또 어떤 의원은 마치 점령군처럼 감사에 임한 의원도 있었고, 또 어떤 의원은 지방의회의 기능에도 맞지 않은 주장으로 지방 의회의 개념도 희박한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의 의원들은 철저한 준비와 대안제시로 지방의회의 기본 정신인 ‘견제와 상생’의 이념으로 명확한 문제제기를 통한 건강한 대안제시로 올해의 행정사무 감사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도 했다.

감사에 임하는 집행부의 자세도 각양각색이었다. 의원들의 송곳 같은 질문에 준비부족으로 인한 질문과 상관이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명확한 논리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감사를 취재하는 기자의 마음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감사하는 자나 피 감사자의 입장에 있는 자나, 그들의 질문과 답변에는 주민들은 없었다.

행정을 펼치는 것도, 펼친 행정의 잘못된 부분의 지적도 결국은 주민들을 위한 마음이 밑바닥에는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유착의혹의 제기와 유착이 아니라는 변명만이 난무했다.
산청군의 집행부도 새로운 정권의 시작이고 산청군의회 또한 새 인물의 교체로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주민들은 상호간의 대립보다는 주민들을 위한 행정의 집행과 건강한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행정은 주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바른 행정이며, 의회는 주민들의 대표로서 민의를 바르게 대변하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모습인 것이다. 상호간의 힘겨루기 모습은 본인들에게나 주민들에게 결코 이로운 모습이 아니다.

리더는 ‘인재가 없음’을 탓하면 안 된다. 그것은 본인을 스스로 비하하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리더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야한다.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했다. 또 의회도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해서도 안 된다.
건강한 대안제시 보다는 오로지 반대만이 사명인양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그런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상생(相生)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대증하약’이라 했다. 대증하약(對症下藥·There is a slave for every sore)은 ‘증세에 맞게 약을 써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고 올바르게 대처해야함’을 비유한 말이다.

지금 산청에는 새로운 정권의 출범으로 새로운 산청구현을 위한 여러 가지 문제 등을 놓고 고민들이 많다.
그렇기에 집행부나 의회나 증세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맞는 현명한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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