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꼬삼비’의 교훈

  • 입력 2014.09.23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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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동(動)이 아니라 정(靜)적인 종교이자 신앙이다. 개개인의 내면에 잠재한 부처 즉, 불성을 찾아 견성(見性)하는 것이 불교가 지닌 궁극적인 목표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삶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생로병사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해탈(解脫)이며 부처님은 최초로 자유인이 된 분이다.

수행자들이 가장 적게 먹고 가장 적게 가지는 것은 부처님이 권력의 자리를 버리고 수행자로 출가할 때 이미 목표로 설정된 것이다. 중생들은 생존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눈만 뜨면 아수라가 돼 아귀다툼을 한다. 지금 이 시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는 주로 종교와 종족분열로 생기는 참화가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자칭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는 대한불교조계종은 독신주의를 자랑하는 불교종단이다. 그런데 그런 종단이 요즈음 전쟁보다 더한 종권다툼과 주지 직을 놓고 정치권을 닮은 싸움질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예로 창원지역의 중심사찰이자 원정 전 주지스님이 30년 가까이 최고의 포교도량으로 일궈온 ‘불모산 성주사’ 역시 절 뺏고 절 사수하기 싸움으로 성전이 아니라 혈투의 현장이 돼버렸다.

본사 주지 선거에서 원정 스님에게 승리한 수불 스님 쪽의 승려들이 장기간 불사와 포교를 일궈온 원정스님을 축출하고 강제입성하려 들자 성주사 신도와 시민단체들까지 동참해 사수에 들어간 것이다. 그들은 노사(老師)인 ‘능가 대선사’의 만류와 훈계도 무시한 채 총림으로 지정된 범어사를 보복성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피아간의 고소 고발은 종단 법을 뛰쳐나와 사회법으로 법원에 제소됐고, 하급심의 판결은 본사인 범어사의 승리로 끝났지만 종교사원의 수천년 이어져온 관습법을 분석하고 내린 신중한 판결인지는 상급심이 최종 결정할 것이다.

또한 본사주지의 권력으로 산하 말사를 노예계약식으로 밀어붙여 점령하는 것은 대덕스님이라는 본사 주지의 포옹력과는 거리가 먼 쩐승(錢僧), 권승(權僧)이라는 비난 여론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며칠 전 ‘조계종은 더 존재할 가치가 없다’라고 자탄하며 현 종단의 최고 선승인 인천 용화선원의 조실 ‘송담 대선사’와 그 문도들이 대한불교조계종을 탈종해 버린 것과, 사실상 조계종의 상징인 선학원(禪學院)마저 조계종을 탈종한 사건 역시 조계종이 멸빈(제적)당한 것과 다를 게 없다.

조계종의 사실상 맥(脈)이 선학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불교조계종이란 종단의 전통성은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이런 절 집안의 다툼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다. 부처님의 이복동생 데바닷다가 부처님을 살해하려 한 일도 있었으며 부처님께서 사왓띠(사위성) 기원정사 부근 ‘꼬삼비’라는 동산에 머물려 교화를 하실 때 비구들이 패를 갈라 세력다툼을 멈추지 않았고 일부 비구들은 부처님에게까지 대드는 막장수행을 일삼았다.

몇번을 타일러도 그들이 듣지 않자 부처님은 자신의 시봉을 드는 코끼리 한마리만 데리고 밧지국이란 나라로 훌쩍 떠나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사왓띠의 신도들은 사원에 대한 보시와 거리로 탁발(걸식) 나온 승려들에게 공양하기를 거부했고 뒤늦게 사태파악을 한 수행자들이 부처님을 찾아가 참회했지만 부처님은 용서하지 않았다.

승가(僧家)의 질서와 화합을 파괴하는 것은 오역죄(五逆罪)에 해당한다는 엄정함을 그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담비’라는 폭력승려와 동조한 수행승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울며 용서를 구하자 비로소 부처님은 기원정사로 돌아왔고 신도들은 기꺼이 공양하며 설법의 현장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이제 신도들도 예전의 신도가 아니다. 조계종단과 범어사는 ‘꼬삼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四勿箴:사물잠), 라는 공자 선성의 말씀 또한 흐트러진 옷깃을 바로 여미게 하는 요즈음이다.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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