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축을 외명하는 은행과 정부

  • 입력 2014.11.04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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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도에 따르면 저축의 날을 맞아도 가계저축률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이며 낮은 저축률에는 실질소득의 정체와 가계대출 급증 등의 요인이 작용했지만 저축 권장을 외면하는 은행들과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저축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4.5%로 1년 전 3.4%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고 한다.
일시적 현상이지만 가계저축률은 지난2001년 이후 5%를 넘은 경우가 2004년(8.4%) 및 2005년(6.5%) 두 차례뿐일 정도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3.4%로 OECD 평균인 5.3%에 훨씬 못 미치는데 이는 9~13%에 달하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주요 국가는 물론 저축을 잘 하지 않는 미국의 4.2%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 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쪽으로 금리 가닥을 잡는 것을 보면 정부와 은행도 저축 권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구조의 다각화로 경영하는 외국 은행들과는 달리 단순하게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로 예대금리를 통해서 수익의 본거지로 삼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저금리가 본격화한 후 예금 및 적금 유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친 저금리에 국민들도 저축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금리로 1억원을 1년동안 예금하면 세후 16만9000원 정도이다. 한 달에 1만3000원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은행에 예금을 기피한다.

그렇다고 부동산에도 투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랫듯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 외환, 농협 등 시중은행들이 최근 예금 및 적금에 붙는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해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예금을 외면하는 요인이 된듯 싶다.

옛날에는 저축의 날에 특별판매 상품을 출시할 것을 금융당국이 종용하기도 했으나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걸로 봐서 은행과 정부 당국의 관심은 온통 기술금융과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영혼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 세금우대종합저축에 세제 혜택을 없애버렸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 상품은 1000만원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15.4%에서 9.5%로 낮춰주는데다 20살이 넘으면 누구나 100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세제 혜택 폐지로 피해를 보는 가입자는 7개 시중은행에만 764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은행예금을 외면하는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은 최근 하원에서 '저축증진법'을 통과시키며 노후 대비와 생활 안정을 위한 가계의 저축 장려에 여념이 없는 미국 정부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물론 가계저축률 하락의 구조적인 요인으로는 가처분소득 증가율 정체, 인구고령화에 따른 피부양인구 증가,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확대, 저금리 기조 등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양극화 문제로 나타난 빈곤층의 소비 위축만을 보고 경기불황이라고 주장하며 금리를 계속 낮추어 가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금 수도권에서는 임대의 경우 월세 아파트뿐이라 무주택자가 전세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10%대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 2000년대 들어서는 5% 전후로 하락했는데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축할 여력이 감소한 것도 저축률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465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라고 한다. 문제는 저축이 아니라 과도한 부채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이전에는 대출금리가 높고 대출 자체가 쉽지 않았던 탓에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알뜰하게 돈을 모아 전세금과 주택자금을 마련해야만 했는데 이는 곧 가계저축률 상승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저금리로 저축률이 하락상태라 이에 대한 영향은 내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저축률을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기 돈도 없이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우선 주택을 구입하고 대출금을 후에 갚아나가는 것과 돈을 미리 모은 뒤 주택을 구매하는 것 사이에 경제적 실질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다만 가계대출이 부동산 등 자산구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생활자금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지출을 늘리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명리학자 권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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