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天地玄黃 더불어 살아가기

  • 입력 2014.11.17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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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듯 지나가고 어느새 겨울의 초입입니다. 소설(小雪)을 향해 가는 계절의 변화무쌍한 대자연은 늘 우리를 경건하게 만드는 스승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12월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는 아위움 속 반성과 함께 올해 안에 꼭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즐비합니다. 필부의 삶이 이럴진대 사회와 나라의 일들은 각계 전문가들의 심사숙고가 필요하겠지요.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역사적 경험에서 우러나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어느덧 우리를 경제대국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꿈을 키우는 일각에는 한끼 식사를 걱정하는 삶들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불안정하지요.

하지만 쭈욱 달려야 한다는 쪽과, 함께 가자는 이들이 대립하는 복잡한 시대입니다. 각계 지도층의 혜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반만년 역사의 겨레에게 삶의 공간이 한반도로 줄어든 이후로도 백성들의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지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각축 속에 자주적인 나라를 지켜온 힘든 여정에서도, 20세기 후반부터 이뤄낸 성장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번영의 한쪽에는 6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과 100만명의 다문화인들의 희생이 공존합니다. 지혜로운 대책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누는 건 거북해도 현실이 된 지 오래입니다. 지니계수 등을 말하지 않아도 극심한 양극화는 우리네 삶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연이어 전해지는 비극적 사건사고들은 그 경제사회적 토대를 덮어두고는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런 엄혹한 시절에는 자신과 가족만이 안전하고 단란한 상류층에 속한다고, 중산층의 편안한 품속이라고 행복한 사회라 할 수 있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면 대문 앞에도, 이웃에도, 옆 동네에도 평화로운 저녁이 골고루 나눠져야 하지 않을런지요? 사회적 범죄지수를 날로 드높이는 방향으로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 아닌지요?

이제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가진 이들이 경제사회적, 국가적 의무를 자발적으로 또는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대국가로서의 기본이나마 유지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불법적 편법으로 부와 권력의 봉건적 세습이 묵인 내지 방조되는 전근대적 구체제는 봉건시대라는 지탄과 세계적 조롱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역사상 봉건영주시대 시민의 경제적 자유는 평등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함께, 미성숙한 대응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조직화되는 집단행동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면서 퍼져나갔습니다. 시민적 각성이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통해 토론과 집회, 시위를 거치며 새로운 근대사회로 이행을 요구하게 되었지요. 이 과정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기득권층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대타협이냐, 혁명이냐로 근대사회 진입의 형태가 갈라져 왔습니다.

서구의 근대화 과정이 자본주의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제국주의 형태로 왜곡되면서, 제3세계는 해일처럼 밀어닥치는 군사적 팽창 앞에 동아시아는 근대화는 커녕 현대화도 일부 내재적 동인들이 성숙되지 못한 채 식민지로 전락하고, 세계대전과 내전, 힘겨운 재건과 경제위기 등을 거치며 차츰 새로운 계층사회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안녕하신가요? 사람답게 잘 살아갈 수 있는가요? 착하고 부지런한 자세 만으로 올바르게 살 수 있으신가요?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꿈을 함께 할 수 있으신가요? 이대로 좋으신가요?

다 함께 웃음과 행복을 나누고, 권리와 의무가 공정하게 보장되는 민주 공화국의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나라와 겨레와 사람과 생명과 우주의 모든 형평성을 투명하게 실행할 우리의 희망은 어떻게 찾으시는가요? 백마탄 초인을 기다리는 순진한 봉건백성의 굴욕적 자세보다는 정보화 시대의 집단지성을 반영하는 초현대사회의 열린 나라를 만드는 깨어있는 분들이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겨울 너머에는 누구나 알고 있고, 살고 싶은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따스함이 골고루 넘쳐나는 멋진 그림을 기대해 봅니다. 함께 그려 가실래요?

/양삼운 편집국장 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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