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프린팅’과 ‘아이스브레이킹’

  • 입력 2014.12.03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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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습성은 한번 길들어지면 여간해서는 고쳐지지 않는다. 이를 고정관념이라고도 하는데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건강해야 할 생각이 고장난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임프린팅(Imprinting)’이라고 한다. 한번 뇌리에 각인(刻印)된 것은 좀처럼 고쳐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임프린팅’은 동물 세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병아리들이 자신들을 부하시킨 오리를 어미로 생각하고 따라다니는 것은 병아리는 알에서 태어나면서 맨 처음 보는 것을 어미로 기억하는 고정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 뇌리에 각인(刻印)된 것은 쉽게 고쳐지기 어렵다. 고쳐진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사람의 성공여부는 자신의 고정된 생각을 얼마나 빨리 깨뜨리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시대가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신속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이스브레이킹’을 적절히 구사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종전에 사용하던 인치, 리(里), 평(坪), 근(斤), 관(貫) 등의 단위는 사용할 수 없고 새로운 도량형 단위가 실시된지 몇년이 지났다.

만약 이를 위반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50만원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신규분양 아파트의 면적은 ㎡로 표기하기 때문에 평수에 익숙한 분들은 얼른 몇평인지 알지 못한다. 3.3을 곱하면 되지만 소숫점 계산도 쉽지 않다.

처음 새로운 도량형 단위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나는 웃음이 나왔다. 국민들 중에 ‘삼천리 강산’을 ‘1200km 강산’이라고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표준은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걸핏하면 새로운 개혁 운운해 왔지만 아직도 개혁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개혁이란 불합리한 것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비생산적인 것을 생산적으로 고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정치개혁은 가정 먼저 그리고 국민 모두가 바라는 개혁이다. 그런데 정작 개혁의 대상인 정치인들은 말로는 개혁에 공감하면서도 좀처럼 실천에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아마 이것도 ‘임프린팅(Imprinting)’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보행자는 우측통행을 하고 자동차는 좌측통행을 하도록 돼 있는 것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지하철 계단처럼 별도의 인도가 없는 곳에서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하철 계단에서 우측 통행을 지키는 자를 보기란 쉽지 않다. 아마 ‘임프린팅’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철도와 지하철의 경우는 어떤가? 부산시 등 대도시 지하철은 우측통행인데 한국철도공사 관할 노선은 좌측통행이다.

이처럼 한국철도 노선과 지하철 노선의 열차 운행 방향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이 정도라면 ‘임프린팅’에 잡혀서 정치개혁은 강을 건너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표준을 정하고 관리하는 국가기관이 있지만 아직도 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불편을 겪는 일이 적지 않게 눈에 뛴다.

도로의 이정표나 영문으로 이름을 표기하는 방식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인명의 경우. 중국은 성(姓)이 먼저 이름(名)이 나중이고 일본은 이름이 먼저 성이 나중으로 쓰는 관행을 일찍부터 정착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이름 표기 방식은 성(姓)이 먼저 이름(名)이 나중으로 통일돼 있지만 일반인들은 성이 앞에 오거나 혹은 뒤에 오는 등 제멋대로 쓴다.

그러다보니 미국 버지니아 공대 충격사건의 조승희의 경우 미스터 ‘조’도 되고 ‘승’도 되고 가끔은 ‘희’도 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표준 영문표기방법이 있지만 ‘임프린팅’ 때문인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지 60년이 넘었다. 이러한 오랜 세월동안 아직도 지극히 당연하고 기초적인 부분의 표준조차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불합리한 표준은 바로 잡고 표준화돈 것은 실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표준이 바로 서야 생활이 편해지고 생활이 편해져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표준에 맞아야 한다.

특히 한국정치판의 세계표준화는 절실한 실정이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지 말고 실제로 한국정치판이 하루 속히 ‘임프린팅’에서 벗어나 한다. 그리고 ‘아이스브레이킹’해야 한다.

/명리학자 권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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