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데스크]또 귀가 따갑다

  • 입력 2006.04.24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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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유가로 우리 경제에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만 네 번째다. 유가와 환율이 우리경제의 숨통을 바짝 죄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금값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여파는 원자재에서 농산물과 공산품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이러다가 긴 경기 침체에서 갓 벗어난 우리경제가 고개도 들기 전에 바로 꺾이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여기에다 환율은 연초 1000원에서 계속 급락해 최근 950원대가 무너졌다. 환율 직격탄에 수출 기업들은 팔면 팔수록 더 손해라며 난리다. 지금도 하루하루 버텨내기 힘겨운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웬만한 기업들은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감안 해 볼 때 유가급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에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공격을 할 경우 유가는 단숨에 100달러를 돌파 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경우 120달러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순식간에 대혼란에 휩싸일 것은 뻔하다. 70년대 말 이란발 오일쇼크 당시 유가가 50달러까지 치솟아 세계의 자동차를 붙들어 맸던 악몽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의 유류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석유 사용량은 세계 6위이고 수입량은 네 번째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100%로 단연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 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질주하는 중국도 30% 정도다. 일본과 미국은 20%로, 그에 비하면 엄청나다. 그렇다고 우리 공장이 신바람 나게 잘 돌아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문제는 3저 호황기에 기름을 물쓰듯이 하던 안일한 버릇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인구 5천만의 작은 나라에 그 정도면 덮어쓰고 남겠다. 40년 전만해도 죽도 한 그릇 못 먹던 나라가 푼돈께나 만진다고 앞뒤를 못 가린다는 외국인들의 비아냥거림을 새겨들어야 한다. 승용차에서부터 주택, TV까지 모두 큰 것만 찾으니 이러한 결과는 당연하다.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 것은 불을 보듯 하다.
국제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1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해도 귀담아 듣는 사람도 없다. 지난해 에너지 총 수입액이 667억 달러로 이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액을 더한 것 보다 80억 달러가 더 많다. 우리의 에너지 사용이 얼마나 무절제한지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모두가 에너지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금만 가진다면 지금 수입량의 10%는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초고유가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는데도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기름 소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것만 보더라도 기름 값이 비싸 못살겠다는 것은 입에 발린 소리다.
정부의 대책이나 우리의 생각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대체 에너지를 개발, 전등 한등 끄기, 컴퓨터 전원 뽑기, 자가용 10부제 등 이런 것들은 기름 값이 오를 때 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이번에도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는 길은 절약뿐이다며 귀에 딱지가 않도록 했던 말을 또 반복하고 있다. 그것마저도 유가가 떨어지면 흐지부지 하고 만다.

석유는 앞으로 길어야 100년 그 후면 바닥이 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석유는 약 1조 6370배럴인데 절반은 이미 사용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석유생산량 최고점은 앞으로 2~3년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석유생산량이 정점을 지나 차츰 줄어들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오는 혼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도와 중국 등 거대한 후발 공업 국가들이 세계의 기름을 마구잡이로 빨아들이고 있어 석유의 바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라 질 수 있다.
태양력·풍력 발전 등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그 길만이 우리의 미래가 있다. 초를 다투며 바쁘게 움직여야 할 스피드 사회에서 절약만 외친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자동차 10부제 등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새 에너지다.

장병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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