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기네스북 감 ‘양교(陽橋)’를 생각 한다

  • 입력 2007.08.17 00:00
  • 기자명 하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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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교란 좋은 자리만 찾아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재빠르게 탈당하고 다시 권력이 넘어간 쪽으로 입당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로 우리는 이들을 철새라 부른다.

이제 노무현 정권이 끝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올12월 말에 선출될 것이다. 여당이 될지? 아니면 야당이 될지? 그것도 아니면 전혀 알려지지 않던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 전혀 새로운 정권이 새로이 창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권출신들 가운데는 양교에 있어서 기네스북 세계기록 감들이 많다. 사흘을 멀다않고 세 번이나 탈당에 창당을 거듭하는 창단 양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일단 정권을 잡아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온갖 특혜와 영화를 누려왔었다.

이제 그 정권이 쇠진하니 다시 끼리끼리 모여 다른 곳으로 옮겨 가고자 하였지만 받아주지 않자 간판 세탁용 연속 창당시리즈를 하는 것이다. 이건 진정한 양교는 아니지만 스스로 배신하고 튀어나와 스스로 자리를 만드는 꼴이다.

지금의 대선국면을 보면 여당은 영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반면 야당후보들 둘은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기고만장 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야당 대선후보들의 캠프에는 또 다른 양교들이 꿀통에 파리 끓듯 모여들게 마련이다.

이미 양교들이 줄을 서서 또는 자진해서 줄줄이 양 유력캠프에 들어가고 있거나 들어갔다.

현재 여론조사로 1, 2위를 다투는 두 캠프에서는 좀 이름깨나 있다는 이른바 명사들이 그들의 캠프로 자신들 후보자를 지지하며 들어와 주기만 한다면 그게 단감이든 땡감이든 가리지 않고 감격해서 눈물로 맞이하는 것 같다.

훗날 어떤 대가를 치룰 지는 일단 대선에 이기고 난 뒤의 일이라고 생각 하는 모양이다.

물론 검증이라는 절차를 밟고 있을 줄은 알지만 급한 김에 선약인지 독약인지 구별 하지 도 않고 지명도만 있으면 덜컥 물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 같아 염려된다.

모 대선야당유력후보 캠프에 노 정권의 이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내신 분께서 합류하셨다고 하여 의사협회 회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직자, 특히 국정의 한 분야에 한때 최종 책임자로 고위층에 계셨던 분이라면 모름지기 다시 새 대통령을 만들고자 힘쓰는 대선후보 캠프에는 발을 드려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설령 그 이념이나 추구하는 정책이 일치한다 하더라도 삼가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자신이 섬겼던 대통령과는 전혀 이념도 정책도 반대인 그런 캠프에 스스로 자진해 합류 했다니 하는 말이다.

“새로운 각오로 조국을 위해 일생의 마지막 봉사를 하려고 한다.” 는 다소 진부하기 그지없는 대의명분을 내세울지 모르지만 이미 문제가 많았던 어느 대통령사람이라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내온 이분의 행로를 보아도 스스로 몸을 삼가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현 의약분업이 시작한 해로부터 10년 전쯤 이분이 당시 보건사회부 주무과장으로 있을 때 전라북도 군산에서 의약분업 시범실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범실시가 실패로 돌아가 철회 되었던 것을 10년이 지나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며 이분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다시 강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의 첨예한 대립 끝에 전면 파업 하루 전날, 의사회 임원 진들이 청와대의 요청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면담하게 되었다.

청와대에 들어가 주무장관의 배석 하에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고무적인 언질을 받은 순진한 의사
협회임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 것처럼 생각했었다. 당연히 전면파업은 중지 되었고 의사협회 임원들은 대통령 결단에 감사까지 했던 것이다.

각본대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발언도 문제지만 배석한 주무장관이 곧이어 그런 언질은 전혀 없었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의사협회는 큰 소용돌이에 빠져 전면파업이라는 초강경대처는 공기 빠진 풍선처럼 예봉이 꺾였고 뿐만 아니라 불행히도 의사회 내분까지 일어났다.

고도의 전술에 예봉을 꺾인 대한의사협회는 힘을 잃었으며 회장은 물러나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임시의사협회장을 맡으신 분이 다시 보건복지부와 대치하게 되었다. 이 임시의사협회장은 참으로 묘하게도 10년 전 군산에서 지금의 C장관이 주무과장으로 의약분업을 시도 할 때 공교롭게도 지금의 대한의사협회의 전신인 대한의학협회장이었다.

“이 C라는 분을 선거캠프에 영입한다면 그 캠프 대선후보의 낙선운동을 하겠다.”

격분한 젊은 의사들은 이분을 이른바 믿을 수 없는 부도덕한 정치인 기피인물로 생각한다.

캠프는 왜 일부단체이긴 하나 기피인물이라 불리는 이분을 꼭 영입해야 하는지 검증을 해볼 필요는 분명 있다.

양교는 반드시 다시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충분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어느 정권에서 최고위 관리로 임무를 맡았다면, 최선으로는 부족한, 혼신의 힘을 기우려 그 정권의 정책을 수행하는데 끝까지 몸과 마음을 바쳐야 마땅하다.

그렇게 했다면 당연히 그 정권이 물러나면 자신도 물러나 그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기우린 그 결과에 대해 책임 질줄 알아야 할 것이다. C씨는 그가 모시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의약분업은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렇다면 C씨는 잘못된 정책의 책임자로서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자숙해야 한다.

수시로 말을 갈아타는 양교는 혼신은 고사하고 최선의 노력조차 기우리지 않았던 관리다.

그러니까 힘이 아직 남아있어 새로운 권력에 입맛을 드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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