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세상읽기]장기 억류된 마부노호의 선원들

  • 입력 2007.10.12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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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5일 새우잡이 원양어선 마부노호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단들에게 납치되었다. 이들 해적들은 수시로 여러 나라 국적의 배들과 비무장 선원들을 납치하는 전력을 갖고 있어 이 해역을 왕래하여야하는 선박 소유국과 선원들에게는 여간 성 가신게 아니다.
날수로는 150여일, 5개월 동안 붙잡혀 있었으며 몸값을 흥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만약 적당한 값이 정해지면 풀려날 것이라고 우리 정부는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도 이미 지났다.

꼭 추석이 아니더라도 집을 떠난 사람들은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아 소원했던 고향친구를 찾거나 조상의 묘역을 둘러본다. 명절날은 가족, 친지, 부모형제 이런 낱말이 매우 친숙한 날이다.
납치되어 억류된 마부노호의 선원은 모두 24명인데 그 가운데 선장과 기관장 그리고 두 명의 선원을 합해 4명이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인도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베트남인 등 다국적 선원들이다.

이들 납치된 마부노호 한국 선원들 가족들의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들은, 우리정부가 생각하는 그런 느긋한 여유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국가의 절대적인 관심 속에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샘물교회 소속 선교 봉사단들은 그들보다 늦게 납치 되었지만 유명을 달리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이미 모두 풀려났다.

그런데 소말리아에 납치된 선원들은 마치 국가가 관심조차 없는 듯 석방에 대한 진전이 없으므로 가족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누구는 선교활동을 위해 유서까지 써놓고 바로 입국이 어려워지자 제3국을 거쳐서 까지 들어가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고 자신들은 원양 조업을 위해 돈 벌어 보겠다고 가서 강제로 해적에게 납치된 사건이다.
정부가 가지 말라고 말렸던 쪽은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대통령 특사에 외교통산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그 나라로 직접 갔거나 주변국을 통해 극적해결을 해 주었지만 소말리아 쪽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장께서 선그라스맨과 나란히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며 대한민국국민이 억류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지옥이라 하더라도 찾아가 구하겠다고 호언장담 하셨다. 그렇다면 소말리아는 국정원장께서 아마 천당쯤으로 생각 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꿈쩍도 않으시고 계속 가족들에게는 기다리라고만 하고 계시니 하는 말이다.

최근 덴마크 국적의 소말리아 억류인질 5명은 석방대가로 지금 우리가 흥정하는 값의 두 배를 내고 풀려났다. 덕분에 비공식 채널로 조정하던 우리 측 몸값 흥정이 깨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시간이 갈수록 몸값 흥정에 있어 우리에게 바람직한 분위기로 돌아서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언론들도 한번 반짝 하더니 이내 대선분위기와 남북정상회담 선전과 소식으로 그들의 존재는 아예 잊어진 듯 조용해졌다. 소말리아는 국내정세가 불안정한 아프리카 동북부에 위치한 빈국으로 영국과 이태리의 오랜 식민지였다. 인접국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국경분쟁, 냉전시대의 소련과 미국의 입김, 각 민족과 군벌 간의 파벌에 의한 잦은 쿠데타와 내란 등이 겹쳐 정국이 대단히 불안정한 나라다.

1987년 9월 우리나라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상주공관을 두었으며 1980년엔 소말리아 난민들을 돕기 위해 우리나라가 경제 원조를 한 나라 이기도 하다. 1960년도 중반에는 한국원양어선들이 소말리아 근해에 진출하기도 했으며, 1990년대부터 소말리아 정국불안정으로 유엔의 관리 하에 1993년 4월, 우리는 250여명의 공병대를 파견 하였으며 유엔조차 포기하자 우리는 1994년 철수 했다.

이런 사연들이 있는 나라인데도 우리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모습들만 보이니 가족들의 속은 꼬이고 더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이들을 도우려는 단체들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국민유기죄목으로 국가를 상대로 고발 하겠다고 으름장들을 놓고 있다.

이렇게 해야 겨우 행동을 한다면 그래서 비록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국가에 감사한 마음은 고사하고 원망만 남게 될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인질의 최종목표는 돈이다. 확인되지 않는 보도긴 하지만 탈레반에게 석방의 대가로 적지 않는 돈을 주었다고 들리는데 그렇다면 소말리아에도 그에 합당한 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와야 형평성에 맞다.

시간이 갈수록 몸값이 떨어지기 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더 많고 무엇보다 장기간 납치되어 억류된 사람들의 심신건강에 심각한 손상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깨어있는 정부라면 몸값도 몸값이지만 모름지기 자국민생명이 우선이라는 생각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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