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레드카드를 받아야 할 사람들

  • 입력 2007.10.29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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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손이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어부의 얼굴에 염전처럼 소금 꽃이 필 때 진짜배기 농부와 어부라고 한다. 무사는 매일 말을 타고 전쟁터를 누비므로 허벅지에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비육지탄(脾肉之嘆)이란 고사 역시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소임을 다하지 못한 공인들을 비꼬는 은어(隱語)나 다름없다.

특히 선출직 공인들은 시민이 부여한 힘에 의해 공식이나 비공식 행사의 자리에서도 상석을 배당받는다. 그러다보면 자신들이 권부처럼 느껴져 거들먹거리는 관성의 법칙이란 착각의 블랙홀에 빠지기 쉽다. 그런 착각이 공인 스스로에게 얼마나 위험한 덫인지는 각종 언론과 미디어 매체를 통해 그 분들이 찬 쇠고랑이나 여론의 뭇매를 지켜보며 느꼈던 일이다. 사회악의 주범들을 보며 ‘나는 저런 악당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는 깨달음을 불교에선 역행보살(逆行菩薩)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악행도 눈여겨 살피면 인생의 스승이 된다.

그들이 출마했을 때 약속한 것은 견마지로(犬馬之勞)란 맹세 아니었나?

견마지로란 밤잠을 자지 않고 주인집을 지키는 견공과, 땀이 마를 날 없이 짐을 나르는 우마를 비유한 말이다. 공인의 말은 시위를 떠난 활과 같고 깨진 접시에서 흘러내린 물과 같아서 찾거나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나 공인의 약속인 매니패스토를 비난 하는 것 역시 시민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다. 번번이 게시판에서 의도적으로 ‘진해 시운학부 권리찾기’를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그 문제는 시장의 ‘매니패스토’ 즉, 시민들께 약속한 공약이었다. 한 푼이 됐건 수천 냥이 됐건 환수되는 금액은 시장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환원되는 공금일 뿐이다.

장수 몇 사람이 나서서 이기는 전쟁은 없다. 그리고 상대가 몸집이 크다고 비겁하게 물러서는 전쟁치고 승리한 전례가 없다. 시장이 시민들의 장수라면 물러서서는 안 되는 싸움에서 후퇴하는 그런 비겁한 대장을 필자는 보고 싶지 않다. 강한 장수가 되길 바란다. 잠시 중단됐던 전쟁은 10월29일 경남도 국감장 시위를 시작으로 다시 전개된다고 한다.

시민을 대신한 대리전에 전력투구하는 장수와 참모들, 그리고 피땀 흘리는 지원군을 돕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며 사기를 떨어뜨리지는 말아야지. 어떤 분은 왜 시민의 혈세로 ‘범추위’ 지원금을 대는가에 비난을 퍼붓는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시민을 위한 투쟁을 시민의 혈세로 조달해야지 천정부지로 솟는 고유가와 상승하는 인건비로 감가상각조차 어려운 기업이나 상공인의 등을 쳐 자금을 염출하는 구시대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하나?

모래 한 알 한 알들이 모여서 태산을 이루듯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보태진다면 시운학부 전쟁은 골리앗이란 (주)태영을 제압하고 필승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미운 며느리 발뒤꿈치까지 밉게 보는 것 같은 정적들의 사리분별을 벗어난 단견에서 진해의 화합과 풍요로운 미래를 창출해 낼 수는 없다. 한 방울의 물이 마르지 않는 경우는 바다로 흘러들어갈 때뿐이다. 거대한 집합체로 합류한 시민의 바다는 상대를 떨게 할 것이다.

내 자식에게도 잘못하면 회초리를 드는 게 부모의 책무이듯 시민들도 무조건적인 정치적 편들기나 단견에서 벗어나 옥석을 구분해 칭찬과 비판을 할 줄 아는 고른 사고의 균형감각을 지니길 바란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비판을 비난하거나 외면하는 시민들은 없다. 사물에는 어김없이 그림자가 따라 붙는다. 여러분의 발밑에는 그림자가 없는지 살펴보라.

그리고 이미 법적시효가 지났거나 만료된 과거사를 뜬금없이 들고 나와 공노조 게시판에서 익명이란 탈을 쓰고 주연 배우처럼 상습적으로 출연해 개인과 공인을 겨냥한 네거티브에 재미를 붙인 네티즌들에게도 거듭 당부 드린다. 심심풀이 개그처럼 올린 악플들이 오히려 자신을 향한 사약이나 단죄의 올가미가 되어 화려한 주연(?)이 아니라 초라한 엑스트라(?)로 추락할 날이 곧 올 것이다.

탈은 언젠가는 벗겨져 본래 얼굴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레드카드에 해당되는 이런 반칙을 지각 있는 시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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