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돝섬이 사철 꽃섬이 된다면

  • 입력 2007.10.30 00:00
  • 기자명 이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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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마이나우(Mainau)라는 섬이 있다. 꽃섬이다. 섬전체가 사계절 형형색색의 꽃으로 가꾸어진 섬이다. 물론 겨울에는 바깥에서 꽃을 피울 수 없으므로 유리온실 속의 꽃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튤립 군락과 칸나 꽃들 그리고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를 따라 핀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 배에 실린 꽃들. 토끼 형상의 꽃 덤불. 부엉이 형상의 꽃 덤불. 온 섬이 꽃밭이다. 소문으로 들어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거제 꽃섬의 설계자가 이 마이나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말이 있다.

마이나우는 독일의 남쪽 알프스 기슭의 보덴제(Bodensee)라는 호수 속에 있어 꽃섬에 앉아 알프스의 먼 산을 보면 만년설과 흰 구름이 한없는 동경을 불러 일으킨다. 그와같은 정경을 글로 표현한다면 헤르만 헷세의 작품 ‘페터카멘친트’의 서두에 나오는 미사여구들이다.

마이나우 섬이 있는 보덴제는 말이 호수이지 고요하고 적적한 마산만 앞바다 보다 더 커 보이는 바다 같다. 먼 곳에 수평선이 아득히 보일정도이니, 옛 사람들이 바다로 착각한 흔적이 이름에 남아 있다. 독일어 ‘제(See)’가 남성명사로 쓸 때 호수라는 뜻이지만 호반의 성이름 ‘메르스부르크(Meersburg)’에서의 메르(Meer)는 ‘바다’라는 뜻이다.

보덴제를 사이에 두고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조그만 언덕나라 리히텐슈타인과 국경을 이룬다. 호수는 해발 400m에 이르는 알프스의 산기슭에 있으면서 라인강의 대하(大河)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호수 속에 마이나우라는 섬이 있고 이 섬이 소재한 도시이름은 콘스탄츠이다. 호수 속에다 꽃섬을 품고 있는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번 마음에 그려보라.

보덴제와 마이나우 그리고 콘스탄츠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한국인 관광객들은 잘 찾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독일에서 가장 가 볼만한 곳을 추천하라면 ‘콘스탄츠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산간국가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도시. 독일의 슈바르츠발트와 지척거리. 뮌헨방향으로는 가는 알고이의 목가적인 전원. 브레겐츠, 린다우, 라이헨나우 등 보덴제 호수가의 고풍스럽고 환상적인 도시들.

지금 국화축제가 한창인 돝섬을 보면서 보덴제의 꽃섬 마이나우를 생각했다. 콘스탄츠시가 마이나우를 끼고 있듯이, 마산이 안고 있는 섬이 돝섬이다. 마이나우에서 눈덮인 알프스를 바라보듯, 돝섬에서는 단풍든 무학산이 우러러 보인다. 그리고 돝섬에 앉아 있노라면 파노라마를 그리며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마산의 정경이 아름답다. 비록 이 곳 저 곳에 솟아 있는 아파트군락들일지라도 도시가 그림처럼 정겹게 보인다.

돝섬도 마이나우와 같은 꽃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이나우의 꽃은 사철 상시적이고 돝섬은 국화축제가 열릴 때만 한시적으로 꽃섬이 된다. 그러나 한시적인 꽃섬인 돝섬은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축제를 위한 꽃섬이다. 돝섬이 국화로 이루어진 꽃섬이 될 이유가 없다. 섬을 뒤덮은 국화가 돝섬에서 가꾸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고, 축제를 위한 꽃장식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이다.

더욱이 외지에서 꽃을 가져와 축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꽃섬을 만든다고 하니 축제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애매하고 의심스럽다.

그래서 말인데 돝섬을 사철 꽃이 덮인 섬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구질구질한 시설물들 다 치우고 단순히 꽃으로 덮인 섬을 만들면 어떨까. 독일의 마이나우보다 더 아름다운 꽃섬이 될 것 같다. 섬이 기후가 따뜻한 곳이라 꽃들이 잘 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형형색색의 꽃들로 섬을 가꾼다면 환상적일 것 같다. 국화만을 고집할 이유도 없을 것같다. 사실 나는 왜 ‘국화축제’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산의 꽃 농가에는 국화가 많이 생산되고 있긴 하지만, 카네이션, 튤립, 장미 등과 같은 다른 꽃들도 국화 못지않게 재배되고 있다. 그래서 인근 마산 농가에서 생산되는 꽃들로 사시사철 섬을 장식하고 꽃섬을 브랜드화 한다면 섬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고 상상해본다. 바다에 떠 있는 꽃섬. 꽃 피고 단풍드는 무학산과 함께 꽃돼지를 닮은 섬.

문화특집부장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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