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한줄기의 사랑

  • 입력 2008.01.25 00:00
  • 기자명 하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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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감독 : 스벤 타딕켄
출연 : 조디스 트라이벨(엠마), 위르겐 포겔(막스)


여자이기를 포기한 한 여자와 삶을 포기한 한 남자가 만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완성시켜 나가는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한적한 농장에서 돼지와 닭을 키우며 살아가는 엠마는 힘든 농장일을 홀로 하며 자신을 꾸미는데는 소홀한 순박한 시골처녀다.

그런 엠마에게도 한 가지 소망은 있다. 그건 바로 함께 밥 먹고 대화할 남자가 생기기는 것.
도시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막스는 어느 날 의사한테서 췌장암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절망에 빠진 막스는 비 오는 날 밤, 동업하는 친구와 함께 떼어 뒀던 회삿돈을 훔쳐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를 낸다.

막스의 차가 떨어진 곳은 엠마의 농장. 엠마는 정신을 잃은 막스를 차 밖으로 끄집어내 침대 위에 눕히고 막스가 훔친 돈을 몰래 숨겨둔 채 차에 불을 지른다. 아침에 정신이 돌아온 막스는 자신의 상황에 기겁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농장과 엠마가 좋아진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뻔한 소재를 전혀 어색하거나 진부하지 않게 그리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소박한 캐릭터와 구성진 시나리오 덕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원작을 쓴 클라우디아 슈라이버가 루스 도마와 함께 각본 작업을 해 완성도 면에서 최적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외도 엠마가 동물들과 함께 하는 서정적인 전원 풍경이나 암 판정을 받고 절망에 빠진 막스의 표정까지도 무심한 듯 담아내는 카메라 기법 또한 영화에서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

하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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