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상회 없애야 하나

  • 입력 2006.05.02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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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지속돼 온 반상회 존폐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주로 정부시책을 알리거나 정권홍보에 이용되고 있는 만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반상회가 일제의 잔재임에는 분명하다. 1917년 일제가 한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만든 일종의 조직으로 광복 이후에도 애국반, 국민반, 재건반 등의 이름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유신 때인 1976년 매달 말일을 반상회의 날로 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꼭 30년이 된 셈이다. 그동안 시·군에서 만든 반상회보를 통해 정부시책을 전달하고 홍보하는 게 주 임무였다. 담당 공무원이 참석했기 때문에 ‘관제모임’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결국 95년부터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겼고 그때부터 주민 자율에 맡겨져 이웃끼리 친목을 다지며 지역현안을 논의하는 등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도 함께 받아 오기도 했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로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 되는 곳이 많은데다 폐지론자들의 “일방적 정부시책 홍보와 반강제로 운영되는 구태(舊態)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정부에서 조차 이에 찬동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이웃과 담을 쌓고 지내는 게 현실이다. 집주인과 세들어 사는 사람조차 서로 모르고 사는 각박한 세상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 우리다. 지역현안을 논의하고 이웃끼리 마음을 열어 놓고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진대 반 강제성을 띄나마 한달에 한 번쯤 얼굴을 맞대는 것이 사람사는 세상에서 훨씬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간경남은 창간 슬로건을 ‘따뜻한 가정, 다정한 이웃, 행복한 세상’으로 정했다. 가정이 있고 이웃이 있을 때 행복한 사회가 약속된다. 반상회를 없애면 그나마 모일 수 있었던 자리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궂이 ‘반상회’라는 이름은 쓰지 않더라도 다정한 이웃을 만들 수 있도록 지역실정에 맞는 모임만큼은 살릴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묘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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