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길 칼럼]베풀지 않은 복은 없다

승인2008.03.10l수정2008.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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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끌려온 죄인을 향해 염라대왕이 물었다. “너는 인간 세상에서 세 분의 불보살을 만나 본 일이 있느냐?” 그런 분들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꼬부랑한 할머니가 밥을 달라고 하는 것을 보았느냐. 다리가 불편한 젊은 여인이 짐수레를 끄는 것을 보았느냐. 백발의 노인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느냐” 그런 사람들이라면 매일 보다시피 합니다.

그런 불쌍한 사람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단 말이냐? 너 역시 그렇게 늙고 병들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더라면 오늘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 달라, 밥 달라는 걸인 , 힘겹게 수레 끄는 젊은 여인, 길바닥에 쓰러진 백발의 노인은 인색하고 냉정한 네놈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한 문수보살의 현신불이라며 염라대왕은 호통을 쳤다.

이 우화의 불보살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세상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로, 마음씨 고운 선녀로 오지 않는다. 초라한 구걸자로 주정뱅이로 때로는 짓궂은 훼방꾼으로 혹은 괴팍한 야유자의 모습으로 현신, 깨우침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과 자만심으로 가득한 사람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탐욕은 날로 더해져 헤어나지 못할 악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만다.

남이야 굶든 말든 내 배 부르면 그만이다. 남이야 피눈물을 흘리든 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 수 십 만원짜리 옷에다 보석을 주렁주렁 걸치고 철철이 휴가다 골프다 하며 외국을 내 집 드나들듯이 한다. 하루 저녁 술값으로 근로자들의 한 달 봉급은 예사다. 이처럼 흥청망청 즐기고 내 몸 가꾸는데 돈을 물 쓰듯이 하면서 그 재산을 모으게 해준 이웃을 위해서는 쓰는 것은 한 푼도 아깝다.

그 뿐인가. 일은 죽도록 시키고 봉급은 올려 주지 않는다. 걸핏하면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주위를 괴롭힌다. 쥐꼬리만한 힘 쥐었다고 아무데나 휘둘러 댄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요령만 피우다가 돈만 챙긴다. 영광은 내가 차지하고 책임은 아랫사람에게 떠넘긴다. 내 것은 일원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하심이 없는 이런 사람과 이런 회사, 이런 집은 돈이 억만금이 있어도 결과는 뻔하다. 끝내는 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미국 철강회사의 사장 카네기는 큰 부자였지만 평소 생활은 매우 검소했다. 어느 날 저녁에 마을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찾아와 교실이 모자라 증축을 하려고 하는데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카네기는 첫 말에 도움을 약속했다. 교장선생님은 돌아가면서 자기가 들어올 때 왜 촛불 1개를 꺼버렸느냐고 물었다. 카네기는 책을 읽을 때는 2개가 필요하지만 대화할 때는 1개로도 충분하다는 대답이었다. 이는 우리가 재산을 어떻게 아끼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조상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복을 많이 지어라고 했다. 복을 짓는 데는 사람을 받들고 베푸는 것이 으뜸이요, 거기에는 반드시 겸손과 검소함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재산도 지킬 수 있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물질적으로 베풀어야 베푸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넘어진 사람에게는 손을 잡아 주고 넉넉한 웃음으로 주변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베푸는 것이다. 결론은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말이다.

이처럼 작은 선행이 모이고 모이면 큰 복이 들어온다고 한다. 동네 아이들 중에 큰 시험에 합격이라도 하고 나면 마을 어른들이 모여 그 집에 부모가 선해서 할아버지가 선해서 자식이 복을 받았다며 덕담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마디로 베풀지 않은 복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돈에는 눈이 있다며 떳떳하게 돈을 벌어 알뜰하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못하고 부정하게 모은 돈은 지킬 수 없다. 그 돈이 빠져 나갈 때 사람을 상하게 하고 집안을 망쳐놓고 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남의 눈에 피눈물 쏟게 하여 번 돈은 그 돈으로 인하여 내 눈의 피눈물은 몇 곱절 흘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돈은 종이에다 인쇄만 해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정말로 어리석다는 충고다.

분명한 것은 돈은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도움과 희생으로 재물을 모았다는데 있다. 알뜰히 쓰고 남는 것이 있다면 한 번쯤은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도리다.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하며 움켜쥐고 있으면 영원히 내 것이 될 것 같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내 배가 부르다고 남의 배도 부를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 주위에는 호화생활이 지겨운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풍요시대에 믿기지 않겠지만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쌀 한 포대 정겨운 말 한마디는 삶에 지친 그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주역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했다. 선한 일을 많이 한 가정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다는 것이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침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제 시간이 되면 천지를 비추는 것은 진리다. 돈이든 따뜻한 가슴이든 한번 베풀어 보라. 베푼 만큼 반드시 채워질 것이다.

/편집국장장병길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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